Mom 전세계 엄마들의 사생활/피터 멘젤 등 지음ㆍ김승진 옮김/윌북 발행ㆍ452쪽ㆍ2만4,800원
"어떤 때 슬프세요?" "때때로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을 때예요." "할 수 있다면 삶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으세요?" "나는 삶을 바꿀 수 없어요."
아이티의 40대 초반 여성 당트 델포아르는 낮에도 바쁘고 밤에도 바쁘다. 여섯(낳다가 죽은 아이까지 더하면 여덟) 아이의 어머니인 그는 집안 일을 도맡아 돌보면서 장사도 해야 한다. 풍족하지 않지만 배를 곯을 정도는 아니니 '아주 가난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은 알바니아, 브라질, 쿠바, 요르단, 에티오피아, 일본, 부탄, 태국, 미국 등 세계 20개국에서 그 지역의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사진과 인터뷰로 잔잔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문화가 다르고 빈부의 차이는 크지만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이 즐거움이자 가장 큰 부담인 건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다.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가계를 책임지며 양육까지 돌봐야 하는 부담이 더 크지만 "남편이 집안일을 하나도 돕지 않는다"(일본)고 불평하는 건 선진국도 마찬가지. 사회 환경에 따라 여성의 지위는 미묘하게 다르지만 고단한 삶 속에서도 '어머니'가 주는 울림은 매한가지다.
사진 기자인 저자들이 시리즈로 써낸 <헝그리 플래닛> <칼로리 플래닛> <우리 집을 공개합니다> 같은 책들이 이 출판사에서 계속 번역돼 나오고 있다. 원서가 나온 것이 20년 가까워 책의 중요한 콘텐츠인 사진이 너무 낡아 보인다는 것이 흠이지만 세계 여러 지역의 삶의 현장을 한 권의 책으로 보여주려는 편집 의도는 훌륭하다. 어머니의 모습을 담겨 이번 책은 다른 시리즈에 각별히 따뜻하다. 원서에는 들어 있지 않는 한국 엄마의 일상을 한국어판에서는 여행작가 오소희씨의 셀프 인터뷰를 덧붙였다. 우리> 칼로리> 헝그리>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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