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H-World View/ 목숨 건 '호주드림'… 보트피플 한 해 수천명 아찔한 항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H-World View/ 목숨 건 '호주드림'… 보트피플 한 해 수천명 아찔한 항해

입력
2012.07.06 12:03
0 0

스리랑카 내전을 피해 인도네시아에 온 타밀족 난민 조셉(27)은 호주 밀입국을 준비하고 있다. 목적지는 자바섬에서 남쪽으로 360㎞ 떨어진 크리스마스섬. 호주 영토이면서도 본토보다 인도네시아에 훨씬 가까운 이 섬은 그러나 난민들에게 험난한 여정이다. 지난달 21일과 27일 호주행 난민을 태운 배가 인도양의 망망대해에서 전복되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났다. 27일에는 다행히 150여 명 모두 구조됐지만, 21일에는 승선한 200여 명 중 90여 명이 사망했다. 허술한 소형 목선이 정원보다 훨씬 많은 난민을 태우고 긴 항해에 나섰다 벌어진 참극이었다. 2010년 12월에도 난파 사고로 5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셉은 3년 전 밀입국을 시도했다가 도중에 보트가 고장 나 함께 탄 253명과 12일 동안 표류했다. 죽음의 문턱을 경험했지만 그의 '호주 드림'은 바래지 않았다. 자카르타 인근 산촌의 낡은 집에 스리랑카 출신 난민 15명과 살면서 3,000~6,000달러 하는 뱃삯을 마련하고 있는 그는 "어쩌면 나는 바다에서 죽을 거예요. 하지만 걱정 안해요.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어요"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 소말리아 출신으로 자카르타에서 멀지 않은 시사루아, 시파융에 모여 사는 난민들의 꿈도 조셉과 다르지 않다. 자원은 풍부하고 일손은 부족한 기회의 땅 호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이 처음부터 호주행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 정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는 이 나라에 지소를 두고 난민 신청을 받는다. 그러나 밀려드는 난민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심사에 2년 이상 걸리고, 난민 지위를 얻어도 다시 국가의 정착 허가를 기다려야 한다. 이들이 돈만 주면 당장 호주에 데려다 주겠다는 알선업자의 꾀임에 솔깃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해마다 난민 수천 명이 기다림 대신 모험을 택하지만 그만큼 난관도 많다. 밀항 중 안전사고는 물론이고 해상경비대에 발각되면 되돌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 배 타기도 전에 사기꾼에게 뱃삯을 떼일 수도 있다. 용케 호주에 도착하더라도 비자 받고 입국한 난민 신청자에 비해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하면 추방되거나 집단수용소에 몇 년씩 대기해야 한다. 호주는 한 해 난민 수를 1만4,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섬으로 유입되는 난민은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벌써 5,242명이 보트 72대를 타고 상륙했다. 연말에는 종전 기록인 2010년의 6,535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에서 멀지 않은 중동ㆍ서아시아 지역의 분쟁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철수하면서 탈레반이 다시 득세하리라는 우려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호주 밀입국을 원천 봉쇄했던 보수당 정부가 2007년 총선 패배로 물러나면서 난민 정책이 완화한 것 역시 호주 드림을 다시 지폈다.

보트피플(선상 난민) 문제는 호주 정치권의 최대 현안이다. 밀입국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말레이시아에서 난민 심사를 받도록 한 난민법 개정안은 줄리아 길라드 총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당인 보수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부결됐다. 윌리엄 메일리 호주국립대 교수는 "호주 정치권은 난민 유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보트피플을 다루는 문제에는 첨예하게 의견이 갈린다"고 FT에 설명했다. 길라드 총리는 3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밀입국 합동단속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