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에게 영감을.' 2012 런던 하계 올림픽이 코 앞에 닥쳤다. 4년마다 전 세계를 설레게 하는 올림픽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박태환의 수영 금메달, 야구대표팀의 전승 금메달 등 대한민국을 감동시켰던 '베이징의 기적'으로부터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있어 올림픽은 다른 어떤 대회보다 중요한 대회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 서울올림픽에서 종합 4위 성적을 거둔 후 줄곧 올림픽 10위권을 유지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13, 은10, 동8 으로 종합성적 7위에 오르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그 여세를 몰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김연아 선수가 전 세계를 감동시키며 피겨스케이트 사상 최초로 금메달은 따는 등 동계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02 한일월드컵에서도 4강 신화를 창출하는 등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스포츠강국'으로 우뚝 자리잡고 있다. 6ㆍ25전쟁을 거친 가난한 나라, 첫 진출한 월드컵에서 7대 0, 9대 0 등 기록적인 참패를 경험했던 작은 나라에서 일군 성과로는 가히 믿을 수 없는 결과임에 분명하다. 이렇듯 대한민국이 빠른 시간에 스포츠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동력은 선수들의 땀과 투혼의 노력에 기인한 결과이며, 그 기제에는 국가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메달리스트 연금 시스템, 체육인 복지 제도, 지속적인 스포츠 인프라 확충 등이 있었기에 눈부신 성과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생활체육, 학교체육 등 국민 모두의 체육활동을 지원하고 장려하는 흐름이 대한민국 체육정책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전에는 해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잔디구장, 수영장이 딸린 공공체육관, 지역주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지역사회 체육시설 등을 우리 주변 곳곳에서 어렵사리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엘리트 중심의 '스포츠 강국'에서 전 국민이 중심이 되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돋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지난 10년간 새로운 스포츠문화로 자리잡은 스포츠 토토의 공헌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여겨진다. 국민여가 활성화 및 체육재원 조성을 목적으로 한 공익사업으로 시작된 스포츠 토토는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10년간 2조원에 육박하는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해 체육계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스포츠 토토의 성공적인 성장으로 체육재정의 확충은 물론 해당 스포츠 종목의 활성화와 함께 비인기 종목에 대한 재정지원 등 고른 체육발전 지원을 가능케 함으로써 한국 스포츠 발전의 근간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할 스포츠 토토 사업과 관련해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오리온 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 스포츠 토토가 검찰과 언론기사에 등장하고 있음은 심히 불편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페어플레이', '공정'으로 대표되는 체육을 지원하는 재정이 '불공정한' 사업 운영을 통해 조성된 재원이라면 이는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지난달 29일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이 구속 기소됨으로써 스포츠 토토에 대한 국민의 인식마저 악화될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속담 중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국가 중심의 공익사업인 스포츠 토토가 더 이상 부패하고 윤리적이지 못한 사업으로 인식돼 국민들에게 외면받기 전에 정부가 이에 대한 문제인식을 분명히 하여야 할 때인 듯싶다. 대한민국 체육을 견인하는 좋은 제도가 사익을 위한 운영자로 인해 그 빛을 잃기 전에 정부 당국이 지혜를 모아 대처하길 기대해 본다.
이정학 경희대 체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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