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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윔블던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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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윔블던에 빠지다

입력
2012.07.0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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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걸어 가면 곧 역사가 되고 길이 된다.

아그니스카 라드반스카(23ㆍ랭킹3위)가 2012 윔블던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에 올랐다. 1968년 테니스 오픈 시대 이후 남녀를 통틀어 폴란드인으로서 4대 메이저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라드반스카가 유일하다.

라드반스카는 5일(한국시간) 오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여자단식 준결승전에서 앙겔리케 케르버(24ㆍ독일ㆍ8위)를 2-0(6-3 6-4)으로 꺾고 결승에 안착했다.

라드반스카는 특별히 내세울만한 비장의 무기도 없어 결승까지 오르리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키 172㎝에 몸무게 56㎏인 라드반스카의 서브최고 속도는 170㎞. 200㎞에 육박하는 가공할 속도를 자랑하는 결승 상대 서리나 윌리엄스(31ㆍ미국ㆍ6위)에 비하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와 관련 1997년 이후 윔블던 챔피언에 오른 여자 선수 8명중 4명의 키가 182㎝였고 평균은 180㎝였다며 라드반스카를 영리한 두뇌플레이어라고 칭했다.

게다가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다. 라드반스카는 이날도 1세트에서 게임스코어 1-3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아 내리 5게임을 따내 경기를 뒤집었다.

그는 경기 후 "메이저대회 첫 준결승이라 경기 초반 엄청 긴장감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전은 어릴 때부터 꾼 꿈이 실현된 것이다. 윔블던에서 보낸 2주 동안은 내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라드반스카가 서리나를 꺾고 우승컵을 가져가면 랭킹 1위에 올라서고, 패배해도 2위를 예약해둔 상태다. 이 또한 폴란드 테니스의 신기록이다. 라드반스카는 "결승전은 폴란드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빅게임이 될 것이다. 내가 그 중심에 있다니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5년 윔블던 주니어대회 우승을 마지막으로 프로무대에 뛰어든 라드반스카는 역대 메이저대회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호주오픈에서 3번(2012, 2011, 2008년), 윔블던에서 2번(2008, 2009년)이다. 여자프로테니스(WTA) 단식 우승은 통산 10차례. 이중 올시즌에서만 3개의 우승트로피를 거둬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4세때 아버지로부터 테니스를 배웠다는 그는 "피트 샘프러스(미국)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탓인지 전문가들은 "라드반스카가 힝기스의 플레이를 빼 닮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무기는 슬라이스가 가미된 로브샷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터뜨리는 드롭샷도 명품이다. 선수들 사이에선 범실이 적고 크라우칭 샷을 잘 구사하기로 알려져 있다. 라드반스카는 실제 케르버와 준결승전에서 범실 6개를 기록한 반면 상대는 14개를 쏟아냈다.

한편 서리나가 우승하면 1990년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가 33세의 나이로 윔블던 정상에 오른 이후 22년만에 '30대 챔피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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