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5년 숙원을 풀었다. 2007년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최고가를 써 내고도 고배를 마셨던 롯데는 우선협상대상자가 교체되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하이마트를 손에 넣었다.
전국 요지에 300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한 국내 가전유통 1위 업체를 차지함으로써, 롯데는 유통강자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구축하게 됐다.
롯데쇼핑은 6일 유진기업,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HI컨소시엄 등 하이마트 세 주주가 보유한 지분 1,540만주(65.25%)를 1조2,480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평균 인수가격은 8만1,026원이다.
지난달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 등과 함께 본입찰에 참여했던 롯데쇼핑은 인수희망금액 500억원 차이로 MBK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빼앗겼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하이마트의 부진한 실적을 이유로 협상을 포기함에 따라, 롯데는 사실상 포기했던 하이마트를 다시 손에 넣게 됐다.
롯데가 하이마트를 노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07년에도 2조원대를 제시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선 전 회장측의 반대로 최종후보에 들지도 못했다. 선 전 회장은 유통재벌인 롯데가 인수할 경우 자신의 경영권유지가 힘들다고 판단, 보다 손쉬운 상대인 유진그룹을 선택했다는 게 당시 유통업계의 해석이었다.
신동빈 회장은 1차 인수 실패 이후에도 하이마트를 눈여겨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본입찰에서도 신 회장은 ‘무리한 가격을 줘가면서까지 M&A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였던 MBK파트너스가 뜻밖에 탈락하자 “이번에 놓치면 당분간 이런 매물은 잡을 수 없다”며 승부수를 띄웠다는 후문이다.
1999년 설립된 하이마트는 직원수 2,600명에 매장 31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전자양판점 중 47%의 점유율로 단연 1위다. 지난해 매출은 3조4,105억원. 삼성전자의 리빙프라자(1조8,500억원)와 LG전자의 하이플라자(1조3,980억원)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다. 또 가전제품 배송과 설치 등 고객서비스 분야에 오랫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롯데는 2009년부터 롯데마트 12개 지점에 별도의 ‘디지털파크’를 열어 가전판매를 해 오고 있었는데, 앞으로 하이마트와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과 마트는 물론 홈쇼핑, 온라인몰까지 다양한 유통망을 가진 롯데가 전자양판점 부문에서도 단번에 1위로 올라서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양대 가전업체와의 협상력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매각에서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은 주당 8만8,622원, 총 6,556억원에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 받아 세 주주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은 것. 유진은 2년6개월 만에 1,50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 전 회장은 1,000억원 정도의 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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