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전달·도공·정원사形… 당신은 어떤 부모입니까
아이들이 신에 대해 묻다/ 안젤름 그륀, 얀 우베 로게 지음
독일의 영성 지도자와 아동ㆍ청소년 교육 전문가가 지은 자녀교육 지침서. 구체적 사례에 철학적 관조를 덧입혀 '믿음보다 더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묻는 법과 답을 찾아가는 법을 즐기는 독일 철학 스타일이 책을 관통해 계속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이 책은 자녀 교육태도에 따라 부모를 세 부류로 나눈다. 아이를 백지 상태로 가정하고 빈 자리를 채우려는 '지식 전달'형, 아이를 찰흙으로 생각해 어른이 빚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도공'형, 식물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달리 키우는 '정원사'형이다. 아이가 지닌 유일성을 발견하고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원사'형이 바람직한 것이라는 믿음 하에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법'등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것들을 조목조목 짚어 놓았다. 장혜경 옮김. 로도스ㆍ224쪽ㆍ1만 2,0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80여개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에피소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지음
2005년 <끌림> 으로 여행에세이 붐을 만들었던 이병률 시인의 두 번째 에세이. 80여개 나라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감성적인 글과 사진으로 담았다. 이씨는 "여행 중 틈틈이 메모해둔 수첩 14개의 글을 다듬어 묶었다"고 말했다. 여행에세이로 분류돼 있긴 하지만 저자 개인의 일상 이야기가 많다. 이씨가 글 잘 쓰고 요리 잘하는 인생의 롤 모델로 여기고 있는 지인의 이야기,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의 금식 일기, 택시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반만 받겠다고 했던 루마니아 택시 기사 에피소드, 일본 쓰가루에 있는 '평범식당'의 평범하지 않은 음식 맛, 비행기와 공항을 너무 좋아해 일주일에 두어 번 공항으로 산책 오는 독일의 할아버지 사연 등 잔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달ㆍ300쪽ㆍ1만3,800원. 끌림>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중견 평론가 황광수 10년 만에 낸 세번째 평론집
끝없이 열리는 문들/ 황광수 지음
중견 문학평론가 황광수씨가 <길 찾기, 길 만들기> (2003)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세 번째 평론집. 동시대 문학작품과 비평에 대한 평문과 함께 조정래 이문구 황석영 김초혜 신대철 신용목 등의 작품에 붙인 해설을 4부에 걸쳐 묶었다. 특히 1부에서 '유년의 시놉시스' '거룩한 줄넘기' '드러남과 드러냄' 등 김정환 시인이 5년여에 걸쳐 출간한 장시 세 편에 대한 해설을 많은 분량으로 담았다. 저자는 김정환의 시를 "카오스적인 세계를 관통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일컬으며 자신의 새로운 비평을 위한 든든한 길동무가 됐다고 소개한다. 황씨는 한국작가회의 편집위원장, 문화정책위원장, 민족문학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새로운 비평적 시각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자음과모음ㆍ736쪽ㆍ2만7,000원. 길>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법망 피해가는 악행… 왜 법은 상식과 동떨어져 있나
법은 왜 부조리한가 / 레오 카츠 지음
법망을 피해가는 악행들이 법치 국가에서 왜 버젓이 살아 있는가? 법은 무엇보다 허점 투성이인데다, 이분법적 오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미 펜실베이니아 대학 로스쿨의 석좌 교수가 법의 모순을 크게 4가지로 대별한다. 법은 스스로의 부조리를 방임하고 있으며 나아가 도덕과 상식을 배반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법의 철학과 상식 간의 괴리를 고찰하는 데 제격인 책이다.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사례, 폭넓은 고찰 등은 로스쿨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법과 현실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탄소배출권거래제, 장기의 판매에 대한 법적 해석, 형량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자발적 고문 또는 자발적 노예 등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주제들이 법학적인 관점으로는 어떻게 해석되는가. 와이즈베리ㆍ336쪽ㆍ1만 5,000원.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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