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잠잠했던 프로야구 선수들의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폐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니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인터넷 공간에서 글을 올리며 소통하는 게 보편화된 세상이지만 공인의 신분을 망각한 선수들의 철없는 행동은 구단 안팎에서 수 차례 논란이 됐다.
두산은 6일 오전 긴급 회의를 갖고 투수 고창성의 징계성 2군행을 결정했다. 지난 5일 고창성은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에 지난 3일 광주 KIA전 벤치클리어링 사건의 중심에 섰던 나지완(KIA)을 비아냥거리는 듯한 게시물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고창성은 나지완이 나온 신문의 사진과 함께 '노란 돼지'등을 언급했고, 일파만파로 번지며 논란이 일자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이미 널리 유포된 뒤였다. '노란 돼지'의 발단은 3일 두산 마무리 프록터와 나지완의 빈볼 시비에서 비롯됐다. 다음날 나지완은 프록터가 자신이 타석에 들어서자 '노란 돼지(Yellow Pig)'라고 하는 입 모양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프록터는 "나는 '니퍼트, 내게 소리쳐(Yell at me Nippert)'라고 우리 덕아웃을 향해 외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일부 신문에 헤드라인으로 보도됐다. 결과적으로 고창성이 자기 팀 선수를 옹호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비꼬는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두산은 "상대 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단호하게 고창성을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최근 몇 년간 옆집 LG에 유난히 이런 일들이 많았다. 2010년 시즌 초에 봉중근의 아내가 박종훈 전 LG 감독이 지시한 남편의 2군행에 반발하는 글을 올려 구설수에 올랐고, 임의탈퇴로 풀린 투수 이형종도 박 감독에게 막말 수준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에는 서승화가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려 구단과 지인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2008년 시즌 초엔 삼성 최형우가 당시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을 겨냥해 인종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경기 시작 전 공식 사과를 하는 일도 있었다.
사적인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논란도 있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서 특정인을 겨냥한 노골적인 불만이나 비난은 공인인 프로야구 선수의 품위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한편 6일 열릴 예정이던 LG-두산(잠실), 넥센-KIA(목동), 롯데-삼성(사직), 한화-SK(대전) 등 프로야구 4경기는 모두 우천으로 취소됐다.
문미영기자 my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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