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안테나 없는 위성방송'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가 아파트의 흉물처럼 된 접시안테나를 없앤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케이블TV업체들이 가입자를 빼 가기 위한 '꼼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는 집집마다 설치하는 접시 안테나를 없애고, 대신 위성전파를 받아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DCS 서비스'를 4일부터 시작했다. KT스카이라이프측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아파트 베란다에 접시 안테나를 설치할 필요도, 접시 안테나 설치를 위해 벽에 구멍을 뚫을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3만원 가량의 설치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집에서 쓰는 초고속 인터넷에 셋톱박스만 연결하면 바로 위성방송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접시안테나를 설치해도 건물에 가려 위성신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곳이 있었다"면서 "인터넷이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든 시청 가능하기 때문에 이용자들로선 훨씬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T측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등 3가지 상품을 묶은 패키지상품(OTS 서비스)을 판매하고 있는데, 가입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케이블TV업체들은 이 서비스 때문에 존폐위기에 몰리게 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케이블TV협회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한다면 그건 인터넷TV이자 새로운 유선방송이지 더 이상 위성방송이 아니다"면서 "KT스카라이프의 DCS는 IPTV법, 전파법, 방송법을 모두 위반한 불법방송"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케이블TV방송과 위성방송은 채널이나 콘텐츠면에선 거의 중복된다. 오히려 채널수로 보면 위성방송이 더 많다. 그럼에도 케이블TV업체들은 접시안테나 같은 복잡한 설치가 필요 없다는 점을 비교우위 삼아 위성방송과 맞서왔는데, 만약 기존 인터넷망으로 위성방송서비스가 이뤄질 경우 케이블TV의 강점은 사라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가면 가입자들이 급격히 KT스카이라이프쪽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스카이라이프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전체 방송시장의 83%인 1,800만 가구가 케이블TV를 보고 있고 위성방송 시청자는 345만 가구에 불과하다"라며 "이 같은 방송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서라도 DCS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은 또 다시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 갔다. 방통위는 아직 최종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일단 DCS가 위법이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일단 방송을 위성으로 송출하고 초고속인터넷망은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위법적인 서비스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블TV협회 측은 만약 방통위 차원에서 제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원에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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