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의 핵심 이슈인 재벌 개혁에 대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어떤 구상을 갖고 있을까.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의 긍정적 측면은 최대한 살리고 부정적 측면은 최소화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재벌 개혁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접근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성장 동력 확보 및 고용 창출 등 대기업집단(재벌)의 순기능은 살리되, 그간 국민의 지탄을 받아 온 재벌 일가의 파렴치한 행태는 손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가 대기업에 부정적 이미지만 덧씌운 재벌이라는 용어나 대기업 때리기 같은 말을 쓰지 않는 것도 대기업의 역할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재벌 개혁을 추진 중이다. 우선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관행을 막는 데 한계가 있었던 공정거래법을 손질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 법을 예외 없이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이다. 사적 이익 추구와 비리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포함된다. 한 친박계 의원은 5일 "특별사면 금지는 입법으로 추진할 것은 아니고, 결국 집권자의 강한 의지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박 전 위원장의 대선 공약에 관련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 방향은 4ㆍ11 총선 공약에 대부분 녹아 있다. ▦공정위가 매년 재벌을 직권조사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부당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진출,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제한과 금지 ▦하도급 부당 단가 인하에 대한 10배 징벌배상제 도입 등이다.
이 같은 재벌의 불공정 행위 시정 정책들에 대해서는 친박계 내부에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지만, 재벌의 소유ㆍ지배 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박 전 위원장 대선 후보 경선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은 순환출자 규제ㆍ금지와 금산 분리 강화에 대해 적극적인 반면, 이한구 원내대표 등은 부정적이다. 캠프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순환출자 규제ㆍ금지와 금산 분리 강화에 대해선 현실성과 실효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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