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5일 예산 부족으로 0~2세 전면 무상보육이 중단 위기에 처한 것과 관련, 내주 중반까지 정부에서 재원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예비비 투입이나 지방채 발행을 통해 예산 부족분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현재 0~2세 무상보육 실시에 추가로 소요되는 재원이 지방자치단체 6,200억원, 정부 2,400억원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방채를 발행하든 예비비를 투입하든 정부가 신속하게 해결하라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국회로 불러 이번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예비비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의 보육비 대상 축소 발언으로 갈등을 빚었던 당정은 이날 접촉을 갖고 "0~5세 보육료 지급엔 당정간 의견 차이가 없다"고 합의했다.
시행 4개월 만에 중단 위기에 처한 0~2세 무상보육을 잉태한 곳은 정치권이다. 국회는 지난해 예산 심사 당시 상임위 단계까지도 0~2세가 아니라 소득하위 70%에 지급되던 3~4세 보육료를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는 데 무게를 뒀다. 그러다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느닷없이 12월30일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에서 0~2세 전면 무상보육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당연히 정확한 수요 예측은 뒷전이었다.
지난해 8월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대표대행은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0~4세 보육ㆍ교육을 의무교육 개념에 준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지난해 1월 무상보육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정치권의 복지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11월 말 "0~5세 아동은 국가가 반드시 책임진다는 자세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과 협의해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정치권의 졸속 예산 편성으로 결국 부자 동네와 섬마을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보육비가 바닥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서울시는 서초구에 이어 강남구와 종로구 등 총 11개 자치구의 무상보육 관련 예산이 내달 중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책 일관성을 훼손한 졸속 행정의 표본이고 대국민 약속을 위반한 국민 기만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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