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反面敎師).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를 요즘 새누리당 주변에서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당내 유력 대선주자가 '대세론'을 형성해 독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실패한 2002년 대선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12월만 되면 너무나 당연하게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이었다.
한국갤럽의 2002년 8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회창 후보는 31.3%의 지지율을 얻어 18.9%의 노무현 후보를 멀찌감치 앞섰다. 여권에선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비리 등 잇단 악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국민경선으로 반짝 재미를 보긴 했지만 이후 후보 교체 논란이 불거질 만큼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후보는 '사실상 대통령'으로 불리며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었다. 측근 그룹은 이 후보의 주변을 견고한 병풍처럼 둘러 쌌다. 오만과 불통의 이미지가 그 언저리를 감돌았다. '정몽준 영입''김종필 연대'등의 아이디어와 제안이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는 분위기 속에 묵살됐다. 당시 이 후보의 측근이었던 한 인사는 "아들 군 면제ㆍ고급빌라ㆍ원정출산 논란 등이 외상(外傷)이라면 대세론에 따른 오만ㆍ불통의 이미지는 치명적 내상이었다"고 평가했다.
10년이 흐른 지금, 대세론이란 꼬리표와 함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다. 지지율은 견고한 1위를 몇 년 째 유지하고 있다. 여권 내의 대권 경쟁자들은 사실상 몰락했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에다 장외 주자까지 즐비하지만 아직까지 박 전 위원장에 비해 여러 모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세론은 10년 전 그때처럼 결국 오만과 불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당내 경선 룰 논의 과정에서 박 전 위원장이 보여준 모습이 그랬다. 비박(非朴) 주자들을 끌어 안으며 끊임없이 확장하고 세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박근혜가 이회창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하는데 걱정'이라는 경고음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회창이라는 훌륭한 반면교사가 있다는 점"이라며 "박 전 위원장 측근들부터 자기 욕심을 버리고 희생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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