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대한민국예술원 대회의실. 예술원 한 해 행사 중 가장 중요한 새 회원 선출과 예술원상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전례 없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초 예술원상 수상 후보였고, 수상자가 될 것으로 의심하지 않아 총회가 끝나기 전에 예술원이 낸 보도자료에도 이름이 들어있던 피아니스트 백혜선씨가 최종 수상자 명단에서 빠진 것이다.
예술원상은 1955년부터 해마다 문학, 미술, 음악, 연극ㆍ영화ㆍ무용 등 4개 부문에서 탁월한 활동을 한 예술인들에게 주어온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상이다. 매년 추천 받은 여러 예술인 중에서 부문별 심사위원회가 상 받을 만한 사람을 각각 1명 고르고, 종합심사위원회를 한번 더 열어 수상 후보 4명을 확정한다. 최종 결정은 이날처럼 총회 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이는 올라온 후보를 추인하는 요식 절차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문제는 음악부문 후보로 올라온 백씨의 나이(47세)였다. 문학부문 후보인 소설가 김승옥(71)씨, 미술 부문의 조각가 최만린(77)씨, 연극ㆍ영화ㆍ무용 부분의 희곡작가 노경식(74)씨와 차이가 나도 너무 났기 때문이다. 국내 거주 회원 88명 중 과반인 64명이 참석한 회의장 내에서는 투표 전 "경험이나 경력이 예술원상의 권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음악 이외 분과 회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투표 결과 백씨는 참석 회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상금 5,000만원을 받는 수상자에서 제외됐다. 김정옥 회장의 말대로 "전에 없던 일"이었다. 유난히 업적보다 연공서열을 우선하는 국내 다른 많은 문화 관련 상들처럼, 나이라는 모양새만 앞세운 씁쓸한 집단 행동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변장호·유안진·정현종 예술원 새 회원에 선출
예술원은 이날 새 회원으로 영화감독 변장호, 시인 유안진, 정현종씨를 뽑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