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최근 인터넷에 뜬 사진 한 장 때문에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 기아차의 최고급 모델 'K9'에 '베레두스(VEREDUS)'라는 로고가 새겨진 스파이샷(몰래 찍은 사진) 한 장이 블로그 등을 통해 확산된 것. 이 사진 밑에는 "K9의 수출명이 베레두스로 정해졌다"는 설명까지 달려 있었다.
기아차는 하반기 K9의 해외판매를 앞두고 아직 수출명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 때문에 이 사진 한 장은 자동차애호가들 사이에서 관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기아차측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기아차관계자는 "여러 가지 수출명 후보군을 놓고 검토하고 있지만 베레두스는 확실히 아니다"고 말했다.
곤혹스러운 건 이 것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엔 올 하반기 출시예정인 준중형차 전략모델 'K3'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려진 것. K3는 기아차 야심작 K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차종으로, 오래 전부터 그 생김새에 대한 궁금증은 대단했다.
'자칭' K3라는 사진을 놓고 네티즌 사이에선 "합성이다" "진짜다"는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진위여부를 떠나 심혈을 기울인 차종의 사진이 이런 식으로 떠도는 것만큼 당혹스러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요즘 기업들은 '스파이샷'공포에 휩싸여 있다. 사활을 걸고 출시하는 '전략모델'일수록 극적 효과를 위해 마지막까지 외관이나 사양을 철저히 비밀에 붙이게 되는데,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사진들이 너무 쉽게 인터넷에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특히 중시되며 그만큼 세간의 관심이 많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쪽이 가장 심하다.
미국의 IT전문매체인 나인투파이브맥(9to5Mac) 최근 '아이폰5'로 추정되는 사진을 공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아이폰5는 애플의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으로, 벌써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제품. 나인투파이브맥은 앞서 애플의 '뉴 아이패드'가 나올 때에도 미리 LTE사양 탑재 예상과 애플 TV 전망, 신제품 발표일 등을 정확하게 맞췄던 매체다.
신제품 세부사양이 공개된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3'는 출시 직전, 디자인 도면과 함께 4.8인치 슈퍼 아몰레드와 쿼드코어 중앙처리장치(CPU), 800만 화소 카메라 등이 인터넷에 소개되며 홍역을 치렀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사진이나 정보유출 차단을 위해 이중삼중의 보안작전을 펴기도 한다. 애플의 경우 비밀주의 유지를 위해 본사에 창문 없는 방이 많고, 신제품 회의는 철저한 보안 유지를 위해 유리창 없는 방에서 진행할 정도. 심지어 가족에게도 정보를 유출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쓴 사람만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허다하다. 다른 IT업체나 자동차메이커들도 신제품 개발팀에는 철저한 보안유지서약이 항상 따른다.
그런데도 이렇게 정보가 외부로 새나가는 건 결국 어딘가 구멍이 있다는 뜻. 한 휴대폰메이커 관계자는 "금까지 인터넷에 공개됐던 신제품 관련 정보는 개발부서가 아닌 마케팅 같은 인접부서 쪽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경우는 시험 테스트 진행과정에서 외부에 공개될 개연성이 높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신차가 나오기 전 연구원들이 수천 번에 걸쳐 테스트 주행을 한다"며"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테스트 주행을 하고 있어 가끔 일반인들에게 노출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