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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닫힌 지갑… 꽉 막힌 M&A·I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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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닫힌 지갑… 꽉 막힌 M&A·IPO

입력
2012.07.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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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수ㆍ합병(M&A) 시장이 심각한 불임에 빠졌다. 올해 대어로 꼽힌 하이마트 인수협상대상자는 짧은 기간 두 번이나 바뀌었다. 지난달 말 선정된 MBK파트너스는 열흘도 안돼 인수를 포기했다. 롯데가 뒤를 이어 협상에 들어갔으나 성사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신세계 이마트는 전자랜드에 애정을 쏟다 중도에 결별했다. 구애 대상이 많아 경쟁자 눈치도 봐야 하고 주머니 사정도 불안한 탓이다.

유통업계뿐 아니다. SK그룹은 일본 엘피다 인수를 추진하다 가격 때문에 결국 접었다. 연내 매각을 고대하던 동양생명도, 금융권 빅딜로 통하던 ING아시아태평양법인도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쌍용건설 등 건설회사 매물은 수 차례 퇴짜를 당했다. 각종 M&A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빈 수레가 소리만 요란한 형국이다.

기업공개(IPO)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호주기업으로 첫 국내 증시 상장을 노렸던 여성의류업체 패스트퓨처브랜즈는 지난달 예정된 공모 일정을 철회했다. 공모희망가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국내 의류업체들의 주가마저 하락하자 버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대어로 불리던 현대오일뱅크 등 올해 상장 예비심사 청구 이후 공모절차를 중단한 기업이 10곳에 이른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내수시장 위축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너도나도 지갑을 닫고 있다. 실적 악화를 걱정하는 기업들은 당장 시너지 효과를 내기 쉽지 않고 거액을 들여야 하는 M&A에 나서기가 껄끄럽고, 상반기 IPO 기업 10개 중 7곳의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걸 지켜본 투자자들은 IPO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단기 전망도 어둡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좋은 매물이 등장하면 다소 가격을 높게 써서라도 서로 인수하려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엔 유럽위기 여파로 위축돼 조금만 조건이 안 맞으면 중도 파혼도 흔히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매각작업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입김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하고, 하반기에 잡힌 한국항공우주의 M&A는 벌써부터 유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한 컨설팅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51개 대기업의 96%가 1년 내 M&A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긍정적인 답을 했던 지난해 하반기 조사결과와도 대조된다.

상반기 반짝했던 IPO는 더 암울하다. 증시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유상증자 규모도 덩달아 급감하고 있다. 올 초 10조원에 육박하던 하루 평균 주식거래 대금은 최저를 기록하며 이미 반쪽이 났다. 기업들의 직접 자금조달 통로도 막힌 셈이다.

5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IPO와 유상증자를 통해 투입된 금액은 올 상반기 1조29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5,605억원)의 13.3%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8년 연간 기록(5조원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하반기 상장을 추진하려다 중단한 기업도 늘고 있어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 'IPO와 유상증자 위축→기업 자금조달 규모 급감→실물경기 악화 및 증시 침체'의 악순환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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