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중국 인민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서로 짜맞추기나 한 듯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에 따른 경기 둔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국제 원자재값이 하락,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든 것도 금리를 낮출 여건을 만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ECB의 금리 인하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유럽 주요국의 2분기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한데다 '유럽경제의 기관차' 독일의 실물경기마저 얼어붙는 등 3분기에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 유로존의 6월 종합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4로 5개월 연속 위축됐고, 5월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11.1%를 기록했다. 독일의 6월 서비스업 PMI도 49.9로 당초 예상치를 밑돌았다. 유럽연합(EU) 정상회담 이후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인 것도 ECB의 운신 폭을 넓혀준 요인으로 꼽힌다.
EU 정상회의 이후 유로존 불안심리가 다소 진정된 데 이어 ECB도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유로존의 안정세는 다소 연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선제적이고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마련과 함께 근본적인 해법이 모색되지 않는 한 언제든 불안심리가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금리 인하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인민은행이 2008년 마지막으로 금리를 내린 뒤 지난달 7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바 있어, 금리 인하보다는 지급준비율 인하 가능성이 점쳐졌던 게 사실이다. 한달 새 두 번씩이나 금리를 내리리라곤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시장에선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 둔화세가 확연해짐에 따라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13일 발표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주요 지표의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추가 부양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HSBC의 추홍빈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중국이 7.5~8.0% 수준의 GDP 성장률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부양을 위한 정책 미세조정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8.1%로 3년 내 가장 저조했으며, 2분기 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은 7.0~7.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헬렌 치아오 모건스탠리 중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빠르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추가 조치들이 강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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