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국경일 중 하나인 7월 4일 독립기념일이 올해는 우울한 휴일이 됐다. 떠들썩한 바비큐 파티와 행진이 벌어지고 화려한 불꽃놀이로 마무리되지만 올해는 잇따른 재해로 상당수 행사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워싱턴 등 미국 북동부 일대는 지난주 이곳을 강타한 폭풍에 따른 정전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기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주민과 복구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에게 독립기념일은 또 다른 끔찍한 날"이라고 전했다. 이날까지 워싱턴 일대 4만6,000가구에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행사를 준비하는 대신 전봇대에 손으로 쓴 '전기 없는 날 5일째'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집이 정전 피해를 입은 제네비브 보울스는 "많은 사람이 전기가 들어오면 에어컨을 트는 것으로 독립기념일을 축하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독립기념일의 상징과 같은 불꽃놀이가 줄줄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산불이 2주째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콜로라도주에서는 아스펜, 오로라, 볼더 등 대부분의 도시에서 불꽃놀이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콜로라도주 골든시 대변인인 칼린 틸레이는 "통상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불꽃놀이를 했지만 올해는 불을 이용한 행사를 여는 것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고 NYT에 말했다.
미주리주 웰든스프링과 인디애나주 델파이에서는 가뭄으로 불꽃놀이가 취소했다. 건조한 날씨로 바짝 마른 나무에 불꽃이 옮겨 붙으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리노이주 휘턴은 폭풍 때문에 행사를 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와 덴버주 에지워터는 재정난 때문에 불꽃놀이를 걸렀다.
그러나 워싱턴 내셔널 몰, 버지니아주의 조지워싱턴 저택 등 독립기념일의 상징적인 장소와 뉴욕, 보스턴 등에서는 불꽃놀이 등 예년과 같은 독립기념일 행사가 개최됐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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