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사회보험이 모든 근로자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대부분 2000년을 전후해 모든 사업장이 의무가입 대상이 됐고 국민연금만이 2003년에 전면 확대됐다. 10년이 지났으면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는 것이 상식이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477만 명이 자격은 있지만 실제 가입은 못한 상태다. 이들의 87%가 3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이다. 가장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에 커다란 구멍이 나있는 셈이다.
노동시장에서 사회보험의 가입 여부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보다 더 중요한 고용지위의 척도다. 사회보험이 있는 일자리는 비교적 고용이 안정되어 있고 인사관리 체계가 확립된 경우라서 근로자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는 일자리다. 관련 통계를 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보험이 없는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123만원이고 퇴직금이라도 받는 사람은 14%에 불과하다. 서면 근로계약을 갖고 있는 경우가 18%다. 반면 보험가입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28만원이고 90% 넘게 퇴직금도 보장된다. 정규직-비정규직의 기준보다 더 생생한 노동시장 양극화의 실상을 사회보험 가입 여부로 그려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사회보험과 근로기준의 사각지대 해소가 가장 분명하고 더 시급한 양극화의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선을 앞둔 주요 정당들이 노동시장 양극화의 해법을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서만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교적 손쉬운 처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양극화 해소의 비용을 주로 누가 부담하느냐를 따져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정치권이 주장하듯이 비정규직 보호법을 강화하게 되면 그 대상은 주로 대기업 종사자들이고 비용은 기업이 떠안게 될 것이다. 반면 사회보험과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자고 들면 그 대상은 주로 영세사업장이 될 것이고 그 비용은 노사 모두가 져야 한다. 4대 사회보험료가 임금의 18% 수준이니 미가입 근로자의 월평균 보험료는 20만원 내외는 될 것이다. 고용보험과 국민연금만 생각하더라도 10만원이 넘을 것이다. 여기에다 퇴직금과 연장근로수당 같은 근로기준법 상의 부가급여까지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면 30인 미만의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못 살겠다고 들고 일어날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행정의 강화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7월부터 10인 미만 사업장의 저임근로자를 대상으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최대 50%까지 지원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방향이 맞고 과감한 시도이지만 사각지대 해소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원의 양과 폭을 크게 확대하고 이를 실행할 행정능력을 크게 보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원칙적이고 근원적인 해법은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회보험료를 소득세와 함께 일괄 징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후적으로 저임 근로자에게 보험료를 환급해주는 방식을 택한다면 사각지대를 대폭 축소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환급의 규모와 부담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이다.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보험료의 50% 정도를 10년 정도 지원하면서 기업이 적응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할 볼 수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접근은 고용사회정책만이 아니라 산업정책 차원의 검토와 지원방안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저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 합리화 정책 차원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 저임과 저숙련, 그리고 이로 인한 생산성의 정체에서 벗어나야 만 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일자리의 품질도 개선될 수 있다. 그래야 우수한 인력도 모일 것이고 인력난 해소도 가능하다.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정책은 구상하기에 따라서는 강력한 산업합리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한국판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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