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를 앞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3년 동안 외부특강을 하고 1,300만원을 받은 것이최근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 이 중에는 국립대인 육군사관학교에 특강을 요청해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쪽에서 제안을 해서 특강을 한 사례도 들어있다.
국가인권위원장이 특강을 하는 것은, 더구나 제 쪽에서 강의요청을 했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독립기관으로 둔 것 자체가 그만큼 정부 내부에서조차 인권에 대한 의식이 약하기 때문 아닌가. 공무원이든 육사생도든, 국가기관 안이든 밖이든 따질 것 없이 인권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다니는 일은 필요하다. 문제는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을 지켜야 하는 본질적인 제 업무는 제대로 하지 않고서 외부 특강을 다녔다는 사실이고 그 특강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고위공무원이 외부 특강으로 돈을 버는 것은 현병철 위원장이 처음도, 유일도 아니다. 최광식 문화체육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국립박물관장과 문화재청장으로 근무하는 3년 동안 외부 특강으로 4,500만원의 수입을 올린 게 드러났고 박선규 전 문화체육부 차관은 부임 후 1년 동안 특강으로 2,000만원을 번 것이 작년 가을 국정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이 정도나 돈을 벌러 특강을 다니면 도대체 공무는 언제 본다는 것일까.
원래 공무원들은 특강을 해서 그걸로 돈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게 국제적인 상식이다. 공무원을 나라에서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것은 공무에만 집중하라는 뜻이다. 강의가 공무의 범주에 있으면 당연히 나서야 하고 공무의 범주가 아니면 하지 말아야 옳다. 공무를 한다는 이유로 돈을 받을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무원들이 특강을 하고 돈까지 번다. 외부 특강으로 돈을 버는 것도 이상한데 국가기관에서 강의를 하고도 돈을 받는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규정까지 정해져 있다. 총리는 100만원, 장관은 40만원, 차관은 30만원, 과장급 이상은 23만원으로 국민권익위원회가 규정을 정해놓았다. 각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부처 공무원들이 이해관계가 얽힌 곳에 가서 특강이라는 명목으로 뭉치돈을 받는 것이 문제가 되자 그러지는 말라고 기준을 정한 것이다. 특강을 빙자한 뇌물을 막겠다는 뜻은 좋지만 공무원이 특강을 해도 좋다는 규정이 되어버리니 문제다.
더구나 이 기준은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특강을 하고 받는 비용이다. 그러니까 중앙공무원교육원이라는 국가기관이 공무원들을 부려서 특강을 시키면서 꼬박꼬박 특강료를 지불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이 이곳에서 특강을 했을 때는 대통령 특강료 기준이 없다고 총리에 준해 100만원을 지급했다는 기록까지 나온다. 이게 말이 되는가. 세금으로 임금을 받는 공무원에게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 특강료를 준다는 것은 업무가 아닌 일을 국가가 시키고 돈까지 주는 이중착복을 국가가 자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공무원들의 임금이 적어서 알바라도 뛰어야 하는 실정이라도 문제가 될 텐데 우리나라 고위 공무원들의 임금은 이제 적지 않다. 장관급이면 연봉이 1억이 넘는다. 그런데도 이들이 알바를 뛰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국제수준을 모르고 공직이 무엇인지 모르고 돈만 된다면 부끄러운 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행정부 고위직(commissioner) 복무규정은 제일 첫 항목이 이렇다. "돈을 받든 안받든 어떤 외부 활동도 해서는 안된다. 칼럼을 쓰는 것은 유럽의 이해관계를 이해시키기 위해 해도 되지만 고료를 받아서는 안된다."외부 활동으로 돈을 벌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은 선진국 정부나 유엔기구에서는 고위직 뿐 아니라 하위직까지 다 지키는 상식이다.
한마디 보태자면 이것은 행정부 공무원 뿐 아니라 세금으로 임금을 받는 모든 공직_사법부 판사, 입법부 국회의원들도 다 해당되는 말이다. 알바 뛰지 말고 공무에 집중하라.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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