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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 앞에서 100시간 장사진… 영국의 머레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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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 앞에서 100시간 장사진… 영국의 머레이 사랑

입력
2012.07.0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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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희망' 앤디 머레이(25ㆍ랭킹4위)가 1세트를 6-7로 내준데 이어 2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3-5로 뒤처지자 영국인들의 속마음은 시커멓게 타 들어갔다. 현장에는 영국 왕위서열 2위 윌리엄 왕자와 왕자비 케이트 미들턴이 로열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또 전직 윔블던 챔피언 앤드리 애거시(미국), 리하르트 크라이첵(네덜란드), 로드 레이버(호주)를 비롯해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로이 호지슨 감독도 함께 있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윔블던테니스 남자단식 8강전. 영국인으로서 76년 만에 챔피언을 꿈꾸는 머레이가 다비드 페레르(30ㆍ스페인ㆍ5위)와의 경기에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평소 왼쪽 무릎이 약한 머레이는 이날도 여러 차레 공을 쫓다 코트에 넘어지며 얼굴을 찌푸리는 등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기장 밖 '헨만 언덕'에서 초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수 천명의 홈 팬들도 손에 땀을 쥐며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부 광팬들은 머레이의 경기 티켓을 사기 위해 무려 100시간을 매표소 앞에서 장사진을 치기도 했다. 대회 조직위가 당일 현장에서 발매한 표는 500장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머레이가 8강에 오를 것을 확신한 열렬 팬들은 지난 토요일 오후 8시부터 이날까지 매표소 앞에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해결했다.

영국인들에게 윔블던 우승컵은 그만큼 간절했던 것이다. 머레이에 앞서 '원조' 영국의 희망으로 불린 팀 헨만(38) 역시 윔블던 단식 준결승까지 모두 4차례 진출했지만 챔피언 트로피는 만져보지 못했다. 헨만은 결국 자신의 이름을 센터코트 뒷편 언덕에 '헌납'하는 것으로 만족한 채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런 국민적인 '염원'이 머레이에게 통한 것일까. 머레이가 곧바로 페레르의 서비스게임을 빼앗은 뒤 타이브레이크로 끌고가 7-6으로 따내 세트스코어 1-1균형을 맞췄다. 상승세를 탄 머레이는 3,4세트를 각각 6-4 7-6으로 매조지해, 4시간에 가까운 혈투에 마침표를 찍고 4강에 합류했다.

2009년부터 4년 연속 4강에 이름을 올린 머레이의 다음 상대는 조 윌프레드 송가(27ㆍ프랑스ㆍ6위)다. 머레이가 상대 전적에서 5승1패로 앞서고 있어 심리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1년 퀸즈클럽대회까지 4차례 대결에서 모두 머레이가 이겼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머레이의 첫 결승진출에 무게를 싣고 있다.

머레이는 이날 BBC 스포츠 칼럼난에 노박 조코비치(25ㆍ세르비아ㆍ1위), 라파엘 나달(26ㆍ스페인ㆍ2위),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ㆍ3위)와 자신을 포함해 '빅4'를 복싱선수에 비유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페더러는 슈거레이 레너드, 나달은 매니 파퀴아오, 조코비치는 로베르토 듀란과 비슷하다"며 "나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에 비교할 수 있다"고 평했다.

4강의 또 다른 한 축은 예상대로 조코비치와 페더러가 이름을 올렸다. 페더러가 역대 전적 14승12패로 앞서고 있지만 지난달 프랑스오픈을 포함한 최근 3차례 준결승에선 조코비치가 모두 승리를 안았다.

한편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이날 2008년 윔블던 센터코트에 지붕을 설치할 때 1936년 영국인으로서 윔블던 챔피언에 오른 프레드 페리의 유해를 일시적으로 윔블던박물관내 에어컨 저장소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85세를 일기로 1995년 타계한 페리의 유해는 센터코트 5번 게이트 근처에 있는 자신의 동상 밑에 묻혀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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