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까지 겨냥하면서 수사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 전 의원 등이 임석(50ㆍ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 저축은행 대주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기본적인 수사 골격이지만, 금품을 받은 시기가 2007년 17대 대선 전후로 알려지면서 수사가 대선자금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5일 소환되는 정 의원은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2007년 대선 직전 임 회장을 이 전 의원에게 소개해 준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자금 관리에 깊숙이 관여했던 점에 비춰보면 임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3억여원이 대선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임 회장뿐 아니라 당시 이 전 의원에게 줄을 대려는 기업인들은 한둘이 아니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던 상황에서 '보험용' 자금을 전달하려는 기업인들이 인맥을 활용해 이 전 의원을 소개받으려 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이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임 회장을 이 전 의원에게 연결해 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이 2007년 대선자금 전반을 살펴보고 있을 것이라는 신호는 또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김학인(49ㆍ구속기소)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공천헌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한예진의 전 경리직원 최모씨로부터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 김 이사장과 그의 동생이 현금 2억원이 든 박스를 차 트렁크에 싣고 어디론가 가지고 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2일과 3일 이틀 연속 김 이사장을 소환해 그를 둘러싼 전반적인 의혹을 추궁했다.
최씨가 진술한 김 이사장의 돈 전달 시점은 대선 한 달 전으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한창 자금이 필요했던 시기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나라당 인사는 "남산순환도로에서 차가 깜박이를 켜고 멈춰서면 누군가가 트렁크에 돈을 실어줬고, 그 돈이 대선 때 활동자금으로 뿌려진다는 말이 돌았다"고 전했다.
검찰이 수사 초점을 저축은행 비리에서 대선자금으로 확대할지는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4일 대선 직전 돈이 오간 의혹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사 방향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대선자금이라는 뇌관을 제대로 까면 다칠 사람이 여럿 나올 수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이번 수사의 핵심은 대선자금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기정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이 전 의원의 저축은행 비리 자금 수수 시기가 2007년 무렵이어서 대선을 앞두고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후라면 당선 축하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회창 후보가 속했던 한나라당이 823억원, 노무현 후보가 몸담았던 민주당이 113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고 대검 중수부는 2004년 3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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