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판사 20여명이 온라인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글을 쓰는 '위키피디아' 방식으로 공동저작을 집필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정보법학회(회장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소속 판사 20여명은 올해 초부터 구글 독스(Docs)를 활용한 책 집필 작업을 시작, 검사, 교수 등 20여명과 공동으로 20여 편의 논문과 대담이 포함된 500여쪽 분량의 <한국 인터넷, 그 길을 묻다> 를 완성해 다음달 출간할 예정이다. 한국>
구글 독스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에 연결만 돼 있으면 문서 작성ㆍ편집이 가능하다. 웹 주소를 치면 뜨는 동일한 파일에 각자 업데이트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판사들은 책의 기획 단계부터 구글 독스에 의견을 올리며 소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완성했다. 각자 완성한 논문은 첨부파일로 올리고 평가 및 첨언을 통해 내용의 일관성을 지켰다. 설문조사도 실시간으로 진행했다. 문서로 주고받은 토론을 정리하니 그대로 책의 마지막 장인 대담 부분이 완성됐다. 책을 완성하기까지 오프라인 회의는 단 한 차례 가졌을 뿐이다.
윤종수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등 한국정보법학회 회원들은 효율적인 원격 공동작업을 위해 지난해 여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마운틴뷰에 소재한 구글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온라인 작업에 익숙지 않은 한 판사가 설문조사 내용을 확인하러 구글 독스에 들어갔다 버튼을 잘못 누르는 바람에 내용이 모두 삭제된 것. 그는 회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죄의 뜻을 전했지만, 삭제된 내용은 복구 기능을 통해 되찾았다.
이렇게 완성한 <한국 인터넷, 그 길을 묻다> 는 국내 인터넷의 출발과 혁신 과정을 정리하고 미래 전망을 담은 책이다. 저작권, 개인정보, 보안 등 인터넷 관련 정책 및 법률 이슈를 망라했다. 사법정보화연구회(회장 노태악 서울고법 부장판사) 소속 판사 8명이 구글 독스를 활용한 공동작업으로 '법관의 SNS 사용에 관한 연구'라는 자료집을 낸 적이 있지만 단행본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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