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중구다동 예금보험공사 1층 주차장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슈퍼카'들이 진열돼 이 곳을 지나는 시민들이 '억 소리 나는'차들의 위용을 감상하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연신 휴대폰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람보르기니, 포르쉐 카레라S, 페라리612, 벤츠E350, 닷지매그넘 등 많게는 수억 원이 훌쩍 넘는 고급 외제차 5대다. 이 차들은 수백억원대의 부실ㆍ불법대출을 해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도민저축은행 회장 채규철(62)씨가 대출 담보물건으로 취급했던 승용차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 도민저축은행 영업정지 당시 경기도 하남에 있는 이 저축은행 지하창고에서 100억 원대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고가 외제차 19대 중 매각 등록 절차가 마무리된 차량 5대를 공개 매각하기 전 공개한 것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외제차를 공개 매각하는 것은 처음이다. 람보르기니의 경우 연식 2006년, 배기량은 6,496cc며, 가격은 5억3,870만원(신차기준)이다. 페라리612는 연식 2005년, 배기량 5,748cc에 가격은 4억5,000만원, 포르쉐 카레라S는 연식 2005년, 배기량 3,800cc, 가격이 1억6,000만원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공개된 차들은 담보물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격)가 하락한다"며 "내달 중으로 매각해 예금자들의 손실금 보전을 위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도민저축은행의 경우 여러 부실 원인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수입차에 대한 부실한 담보대출이 특징이었다는 게 예금보험공사 측 설명이다. 채 회장은 이날 공개된 닷지 매그넘 차량의 경우 신차 가격 기준(3,900만원)보다 6배 비싼 가격(2억7,000만원)에 대출을 해 줬다고 한다. 또 이 차들을 담보로 취득할 당시 차량 소유권이나 권리이해 관계도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고, 은행이 아니라 회장 본인의 사택에서 관리하기도 했다. 예금보험공사측은 이번에 공개 매각하는 5대와 대출금 변제가 된 2대를 제외한 부가티, 코닉세그 등 12대도 이들 차량과 관련된 소송, 가처분 등 법률 문제가 해결되면 매각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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