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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벤트성 행사론 초저출산 극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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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벤트성 행사론 초저출산 극복할 수 없다

입력
2012.07.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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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0년대 들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해 저출산에 19조7,000억원을 투입했고, 지난해 5년간 39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제2차 계획을 시행중이다. 지난해에는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이 개정돼 1987년 유엔이 제정한 인구의 날을 우리나라도 인구의 날로 지정했다. 7월 11일에 제1회 '인구의 날' 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인구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저출산ㆍ고령화 대응에 민간참여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현상이 20년 넘게 지속되면서 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의 부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문제가 상당기간 해결될 개연성이 그리 크지 않다면 산업 전반의 생산성 저하를 막고,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저출산의 부정적 효과를 대체하는 노동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한마디로 국가적 차원에서 저출산 극복 대응정책과 함께 계획적이고 포괄적인 외국인ㆍ이민정책을 인구정책의 프레임 안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과 이민자는 125만 명으로 총인구의 2.5%에 이른다. 통계청의 2011년 장래인구추계에서 표준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시산하면, 우리나라는 2010~2060년의 50년 동안 총인구의 감소를 막기 위해 연평균 360만 명,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를 저지하기 위해 연평균 740만 명, 노인부양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선 5,860만 명의 이민을 유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수치는 각각 현재 국내인구의 7.2%, 14.8%, 118.5%에 해당한다.

우리나라가 인구피라미드의 역 삼각형화라는 인구구조 변화를 저지하고, 당장 실현가능한 외국인ㆍ이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도 유럽의 여러 나라와 같은 이민국가로 전환될 것이다. 만약 노인부양 부담을 극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한다면 현재의 인구보다 더 많은 외국인ㆍ이민을 받아들여 우리나라 사람이 소수자로 전락하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초저출산이 300년 이상 계속되어 한국인이 모두 없어지는 것도 걱정이지만, 인구감소와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 대규모의 외국인ㆍ이민을 받아들여 한국인이 소수자로 전락하고 국가 관리의 컨트롤 타워를 그들에게 넘겨주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현재 진행되는 이벤트 행사만으로는 초저출산을 극복할 수 없다. 당장에 구미선진국의 가족정책을 벤치마킹해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확충하고 가정과 직장의 삶을 조화하는데 필요한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정책을 정교화하고 다양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미 진행된 초저출산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노동시장 상태와 산업계의 노동수요를 고려해 적정이민 규모를 부문별로 산출하고, 특히 전문인력을 전략적으로 받아들여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앞으로의 우리나라 인구정책은 내국인 인구에만 초점을 맞추는 협의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를 넘어 3만 달러 시대에 이르기 위한 프로그램이 상품과 서비스의 국경 없는 교역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만큼 외국의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이나 사회 전체의 장기체류 환경을 향상시켜야 한다. 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 클럽에 진입했다고 기뻐할 것만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인가를 직시해야한다. 한반도에서 외국인과 이민자들이 공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안목을 갖고 중장기적으로 인구목표를 설정해 우리에게 필요한 인력을 시대적 요구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전 인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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