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들겨서 소리와 리듬을 만들어내는 타악기는 가장 원초적인 악기로 분류된다. 단순하긴 해도 기쁨 슬픔 분노 등 인간의 감정을 넉넉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쌈바로 유명한 브라질 음악이 대표적이다.
브라질 타악 집단(바투카라 블로코) 피브로사운드 소속 ‘라퍼커션’ 단원들이 이 음악을 갖고 7일부터 3개월간 파주, 양주, 의정부, 포천, 하남, 수원 등 경기지역 10곳의 소외계층 청소년들을 찾아간다. ‘라퍼커션’은 4년 전 만들어진 국내 최대 브라질 음악 밴드. 전속 아티스트 50여명이 2인 1조로 1곳을 맡아 한번에 2시간씩 30회, 총 60시간의 대장정에 나서는 것이다. 강의의 주된 내용은 브라질 음악과 문화에 대한 소개, 타악기 만들기 등이다.
4일 서울 망원동 지하연습실에서 만난 전호영(30) ‘라퍼커션’ 대표는 “강의가 끝나는 8월 말이면 청소년들의 표정은 한층 밝아져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내면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데 음악, 그 중에서도 타악 만한 것이 없거든요.” 군악대로 이라크에 파병돼 장병들의 사기 진작에 한몫 하는 등 어려서부터 타악을 한 그의 경험상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견뎌내야 할 삶의 무게가 있다면 그 버틸 힘을 주는 데 브라질 음악 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이상호(29) 핸드퍼커션 파트장도 옆에서 거들었다.“두말 하면 잔소리죠. 16~18세기 남미 곳곳에 노예로 끌려 온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음악인데, 그들의 그 고된 삶을 지탱해주던 음악이라니까요.” 이 파트장은 전 대표가 단원 7명을 이끌고 브라질로 연수 갈 당시 홀로 아프리카에 들러 그 음악의 뿌리를 확인한 뒤 브라질에서 합류했을 정도의 열혈 아티스트. 그는 “‘변두리’에서 방황하는 친구들이 이 음악을 하면서 자신감을 갖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했다”며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최적의 음악”이라고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이들의 청소년 교육사업은 처음은 아니다. 3년 전 대안학교 하자학교를 시작으로 보육시설인 선덕원 등 여러 사회복지단체들을 돌며 청소년들에게 브라질 음악을 가르쳤다. 브라질 음악의 저변 확대가 목적이었지만 다른 게 걸려들었다. “이걸 배우면서 아이들의 표정이 마술처럼 환해지더라고요. 이 과정을 보는 재미가 굉장합니다.”(전 대표)
얼굴만 밝아진 게 아니었다. 선덕원 타악팀은 2010년 서울시 청소년 대팀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이 파트장은 “다양한 체험을 하기 힘든 친구들에게 이런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 줬을 뿐”이라며 “‘즐기는 사람을 이길 사람이 없다’는 말을 스스로 체득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전 대표는 단원들과의 반년짜리 브라질 연수를 통해 쌈바레게로 대표되는 브라질 음악의 이런 ‘약발’을 확인했다. “브라질 동쪽 바히아 지역의 살바도르는 마약과 매춘으로 얼룩진 곳이었는데 쌈바레게가 성행하면서 살기 좋은 동네가 됐어요.”(전 대표) “흑인 노예들의 애환이 서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분위기 변화 덕분에 살바도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됐다니까요.”(이 파트장) 사람과 마을을 바꾸고 결국엔 세상까지 감동시킬만큼 음악의 힘은 위대하다는 얘기로 들렸다.
‘라퍼커션’은 중남미문화축제 일환으로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가진 공연으로 주가를 한껏 끌어올렸다. 덕분에 연말까지 눈코 뜰새 없다. 그러나 공연 펑크 내는 일이 있더라도 청소년 상대 강의 결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10월 경기 양평 자라섬에서 열리는 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우리가 가르친 친구들을 세워 보려고요. 60시간의 기적,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