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원칙 중에는 '지휘통일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지휘통일이란 동일한 군사목표를 가진 군대는 한 사람의 권한과 책임을 가진 지휘관에 의해 작전이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군과 미군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 하에 전쟁을 수행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휘통일의 원칙이 충실히 지켜지고 효율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연합사령관이 우리 군을 작전 통제하는 것은 우리 군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논리에 따라 2015년 12월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고 연합사는 해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전작권이 전환되고 연합사가 해체되면 우리 군은 우리 합참의장이, 미군은 미 한국사령부가 지휘하며 한국군이 전쟁을 주도하고 미군은 지원하는 형태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연합사령부를 두어 한ㆍ미 양국군을 통제하게 한 것은 각국의 군 지휘권을 보장하면서도 작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작전통제권 만을 위임한 것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하여 복수의 국가가 동일 목적의 작전을 수행할 때에는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작전통제 형태이다. 또 연합사는 한ㆍ미 양국 합참의 전략지침을 받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연합사가 작전통제권을 갖는다고 해서 우리군의 자주권까지 침해 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군의 자주권을 찾는다는 명분 아래 전작권전환이 결정되었고 연합사가 해체되어 한ㆍ미군 간의 지휘통일은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연합사가 해체되면 월등한 미 측의 정보자산과 정밀 타격 전력 등의 활용이나 전시 증원군 전개에도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방부는 전작권전환에 대비해 예상되는 문제들을 찾아내고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국방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군상부지휘구조 개편에 매달려 있다. 우리군의 지휘구조를 개편하게 되면 한ㆍ미연합작전의 지휘체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한ㆍ미간의 협조체계도 제대로 갖출 수가 없게 된다. 한마디로 우리 군은 지금 대단히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14일 "연합사령관 서먼 장군이 2015년 12월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넘겨주더라도 연합사를 존속시키되 연합사령관을 한국군이 맡는 방안을 비공식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에 대해 국방부는 아직 공식적인 제안은 없었다는 입장이고, 이 비공식 제안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서먼 장군의 제안이 미국 정부나 의회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실현가능성이 있는 제안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제안은 여러 가지 갈등과 우려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첫째, 연합사령관을 한국군이 맡아 한ㆍ미군을 작전통제하기 때문에 우리 군의 자주권 논란은 더 이상 거론할 이유가 없어진다. 둘째, 현행 작전계획과 지ㆍ해ㆍ공 구성군사령부 등 작전통제 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작전협조 체계를 따로 구성할 필요가 없다. 셋째, 우리 군에 부족한 정보자산이나 정밀타격 능력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넷째, 지휘통일의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부지휘구조 개편 등 불필요한 갈등을 불식하고 전투준비태세 확립에 전념할 수 있다.
물론 미 측의 이런 제안에 어떤 조건이 붙어 올 것인지, 우리 군이 연합사령관을 맡았을 때 완벽한 지휘통제체제 유지를 위해 보완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심층 검토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제안이 갖는 여러 장점에 비하면 다른 검토 요소들은 사소한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루 빨리 서먼 장군의 제안이 공식화 되고 국방부는 이를 적극 수용하여 자주권 논란과 안보에 대한 우려를 함께 해소하고 안정된 가운데 발전해 가는 우리군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