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논란이 일고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 1호기가 결국 재가동된다. 정전사고 및 은폐사건으로 지난 3월 12일 가동이 중단된 이후 4개월여 만에 재가동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고리1호기의 전력계통, 원자로 압력용기, 장기가동 관련 주요설비, 제도개선 등 4개 분야를 종합적으로 점검한 결과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정지된 원자로의 재가동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리1호기는 사실상 2017년까지 계속 운전될 전망이다.
특히 안전위는 당시 정전사고의 직접 원인이었던 비상디젤발전기 등 전력공급설비를 집중 점검했다.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은 “비상디젤발전기 A, B를 포함해 또 다른 대체교류디젤발전기(AAC) 등 운전 성능시험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전위는 이와 함께 원자로 압력용기 및 이른바 ‘짝퉁 부품’ 논란에 대해서도 “압력용기는 계속 운전 심사와 제3기관의 검증평가 결과를 재검토해 타당성을 확인했다”며 “2008년 국산으로 교체된 원전 부품(45건)도 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교체돼 기기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고리1호기는 KINS 및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3개월 여의 안전점검 외에도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안전점검에서 “발전설비 상태가 양호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도 고리1호기 재가동을 위한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즉시 재가동하지 않고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을 거친 뒤 적절한 시점에 재가동할 계획이다. 이관섭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안전위 결정에 따라 법적으로 즉시 재가동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이 국민적 관심사이고 특히 부산시와 지역 주민들이 걱정하는 사안임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국민과 지역 주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충분히 소통한 뒤 한수원과 협의해 적절한 시점에 재가동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과 지역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반핵부산민대책위원회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등 부산ㆍ울산지역 반핵단체 회원들은 이날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기만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즉시 해체해야 한다”며 “거짓을 일삼는 한수원에게 다시 고리1호기의 재가동을 맡기는 것은 부산ㆍ울산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살인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고리1호기 재가동은 1%도 되지 않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5,000만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행위”라며 “재가동 결정의 권한은 국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원전 인근 주민들도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이다. 강주훈 장안읍발전위원장은 “5일 오전 긴급 주민회의를 열어 대정부 투쟁을 위한 집회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며 “다음주부터 3,000여명의 기장군 주민들이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집단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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