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전생 얘기를 했더랬다. 엥? 당나귀 귀처럼 커지는 내 호기심이 과연 어디까지 자라나 두고 보겠다는 듯 감질나게 먹잇감을 던지던 그의 입에서 가수 김정호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맞아요, 나 일곱 살 때 한번 듣고 가사 다 외워버렸다니까요. 심지어 비 오는 날 그 노래만 나오면 맥락 없이 울었다니까요. 스무 살이었고, 대학생 남자였고, 비오는 날 교통사고로 죽었다지 아마. 그래서 이렇게 턱 아래가 넙데데한 것이 하관이 세게 발달한 건가.
안타깝고 아프고, 그런 고로 내 삶 너머의 삶을 아릿하게 추억이라도 하겠지 싶었던 내가 양악수술로 자연스레 화제를 돌려서는 깎니 마니 턱을 만져대자 그는 뭐 이런 게 다 있나 하는 눈으로 날 빤히 쳐다보는 거였다.
애늙은이라는 별명으로 불려온 학창 시절, 친구들이 '뉴 키즈 온 더 블록' 내한 공연에 가 깔려 죽기 일보 직전일 때 나는 아빠와 동갑내기 '배리 매닐로우'를 귀에 꽂고 있었지. 친구들이 '서태지와 아이들'에 미쳐 있을 때 '트윈 폴리오'를 듣던 나는 송도유원지에서 교장 선생님과 을 듀엣하곤 했었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사랑보다는 이별 타령에 왜 만날 반음 내린 정서였을까. 시인이 되었다는 소식에 친구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그랬다지. 걔?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러고 보면 나에 대해 나만 모르나 봐.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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