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가계 신용위험 급등… 9년 만에 최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가계 신용위험 급등… 9년 만에 최고

입력
2012.07.04 11:56
0 0

가계의 신용위험이 9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기 시작하면서 가계의 신용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살림살이가 힘들어진 가계는 여전히 대출을 필요로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본격적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4일 한국은행이 국내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가계의 신용위험지수가 2분기 22에서 3분기 38로 껑충 뛰었다. 카드대란 당시인 2003년 3분기(44)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100부터 -100까지 범위의 신용위험지수는 플러스인 경우 다음 분기에 가계가 빚을 갚을 능력이 전 분기보다 더 악화됐다고 은행들이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소득여건 악화 등으로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게다가 주택가격 하락으로 대출의 담보력도 저하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까지 포함한 전체 신용위험지수도 3분기에 38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3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 위험이 커지면서 은행들은 점진적으로 가계 대출을 줄여나갈 태세다. 가계 일반자금대출에 대한 3분기 대출태도지수(-3)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주택담보대출 대출태도지수도 중립(0)에 그쳤다. 은행들이 3분기에 가계 대출을 줄이거나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상반기부터 은행들의 대출 억제가 시작됐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 등 6대 시중은행의 6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368조2,984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조4,000억원,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00년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상반기 증가율이 1.8%로 작년 하반기 증가율(3.9%)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신용대출은 올 상반기에 오히려 2조원 가까이 줄었다.

그렇다고 가계의 대출 수요까지 줄어드는 건 아니다. 3분기 가계의 대출수요지수는 주택담보대출(3)과 일반자금대출(9)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비록 주택경기 부진으로 주택자금대출 수요가 다소 줄어들긴 하겠지만, 생활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여전히 대출을 필요로 하는 가계가 많다는 의미다.

이렇게 대출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게 되면, 한계선상에 있는 가계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출을 급격히 줄이게 되면 주로 저소득층이 상환 압박을 받으면서 결국 제2금융권, 사금융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이미 9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폭탄을 계속 더 키울 수는 없는 처지.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경제 불안이 장기간 지속될 것을 고려한다면 대출을 서서히 줄여나가되 그로 인한 부작용은 고용, 복지 등 다른 정책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