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로 추정되는 새로운 입자의 발견에 대해 관련 학계는 현대 입자물리학의 근간인 '표준모형' 완성에 성큼 다가선 큰 진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확률상 힉스일 가능성이 높더라도 최종 확인까지는 추가실험이 필요하다며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12월 중 힉스 여부를 최종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손동철 경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힉스 입자의 발견은 표준모형의 완성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AP는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한, 아마도 힉스로 보이는 새로운 입자를 찾았다"고 전했고, 영국 BBC 방송도 "힉스 입자의 '발견'에 거의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물리학계는 이번에 발견한 새로운 입자가 힉스라면 우주의 초기 상태나 기원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힉스는 137억년 전 빅뱅(우주 대폭발) 직후 소립자에게 질량을 부여한 뒤 곧바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병원 고등과학원(KIAS) 물리학과 교수는 "지금까진 자연계에 중력, 전자기력 등 네 가지 힘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힉스가 발견되면 이 입자가 소립자에 질량을 주는 '제5의 힘'이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소립자 질량의 기원을 이해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전자의 질량이 왜 9.11×10⁻³¹㎏인지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입자가 힉스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표준모형을 대체할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
보통 입자 검출은 양성자와 양성자를 양쪽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해 충돌시켜 생기는 새로운 입자를 검출기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힉스 입자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다가 곧바로 다른 입자들로 붕괴하기 때문에 분석이 쉽지 않았다. 다만 실험속도가 매우 빨라졌기 때문에 CERN는 지금까지 얻은 데이터의 3배를 올해 12월쯤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 새로운 입자가 힉스인지 확정 짓겠다는 것이다.
고병원 교수는 "발견된 새 입자의 성질이 표준모형에서 말한 힉스 입자와 많이 비슷하지만, 일부 실험결과에선 부족함이 있다"며 "실험 데이터가 더 모이면 표준모형에서 유일하게 찾지 못한 힉스 입자가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도 "CERN의 지난해 발표는 외계인이 지나간 단서를 발견했다는 것이고, 이번에는 외계인을 포착하긴 했으나 우리가 찾던 화성인인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외계인인지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로 힉스 찾기를 비롯한 가속기 경쟁에서 유럽이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990년대만 해도 미국은 테바트론을 운영하면서 힉스 찾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2008년 LHC가 완공되면서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의 영예는 유럽으로 넘어갔다. 충돌에너지를 높여 양성자를 더 세게 부딪히게 하면 힉스를 발견할 확률도 더 높아진다. LHC와 테바트론의 둘레는 각각 27㎞, 6.28㎞로 LHC의 성능이 월등하다.
미국 과학전문지 <와이어드> 는 "미국이 수십 년 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도 찾지 못한 힉스의 존재를 유럽이 확인한 것은 미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다"고 평가했다. 와이어드>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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