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창우씨는 스물넷, 은영씨는 스무살에 결혼했다. 부모의 이혼과 죽음을 겪은 이들 부부는 보란 듯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아이도 넷이나 낳았다. 하지만 창우씨의 사업 실패 등으로 여섯 가족은 8개월 째 여관방 생활 중이다. KBS 1TV '현장르포 동행-희원이네 여관방 108호'는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이들 가족의 생활상을 들여다본다.
은영씨에게 희원(10)과 장원(9)은 든든한 아들들이다. 아빠가 멀리 일하러 떠나고 엄마도 아르바이트 하러 나간 날이면 두 동생들의 식사를 챙겨주고 빨래도 한다. 열심히 치우는데도 방은 금세 난장판. 은영씨가 없는 저녁이면 소리도 못 지르고 웃고 떠들 수도 없는 여관을 나와 슈퍼 앞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남매. 엄마가 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은영씨는 마음이 더 아프다.
어린 아들에게 더 어린 동생들을 맡겨놓고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 오늘도 부부는 희원에게 "동생들 잘 돌봐줘"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 듬직한 장남 희원이가 신체 일부분을 습관적으로 움직이는 '틱 장애' 진단을 받았다. 게다가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여관 생활이 길어지면서 면역력이 약한 채은(4)이와 태원(2)이는 천식을 앓기 시작했다. 창우씨는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하루라도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하지만 창우씨가 일하는 건설현장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매일 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은영씨도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막내 분유, 기저귀를 사고 나면 월 35만원 여관비 내기도 빠듯하다. 이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까.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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