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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 추정 입자 발견/ 이강영 건국대 교수 "힉스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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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 추정 입자 발견/ 이강영 건국대 교수 "힉스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입력
2012.07.0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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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에게 이번 힉스 발견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2011년 힉스 이야기를 다룬 책'LHC현대물리학의 최전선'을 출간, 과학자로서 처음으로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입자물리학자인 이강영 건국대 물리학부 교수의 설명을 들었다.

딱 계륵(鷄肋)이다. 입자물리학자들에게 지금까지 힉스는 그런 존재였다. 완벽해 보이지 않는 데다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마땅히 대체할 만한 존재도 없다. 꼭 있어야 할 건 같은데, 도무지 나타나질 않으니 속만 타들어갔다. 그랬던 녀석이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2008년부터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본격적으로 힉스를 찾아온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찾은 입자가 '진짜' 힉스라고 확신할 수 있는 확률은 약 95%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아닐 확률이 최대 5%였다. 이는 동전을 던졌을 때 4, 5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확률과 비슷하다.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힉스가 아닐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얘기였다. 진짜 힉스라고 확신할 수 있으려면 아닐 확률이 0.0001% 정도는 돼야 한다. 동전 던지는 걸로 치면 20번 정도는 연달아 앞면만 나올 확률이다. 거의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4일 호주에서 열린 국제고에너지물리학심포지엄을 통해 CERN은 99.99994%의 확률로 힉스일 법한 입자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진짜 힉스일 확률에 물리학 역사상 가장 근접한 수치다.

사실 국내외 물리학계는 이미 힉스가 분명 존재하고, 발견할 수 있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번 발표로 분위기는 더욱 굳어졌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힉스를 못 찾을 거라는데 돈(100달러)까지 걸었지만 과학적으로 힉스가 없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

혹자들은 이번 발표를 유럽의 승리, 미국의 패배라고도 말한다. 역시 힉스 입자를 찾는 연구를 해온 미국 페르미연구소가 2일 힉스 입자의 존재를 강력하게 시사한다는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국제학회에서 공개가 예정된 연구내용을 단 이틀 전에 따로 발표하는 건 학계에선 이례적이다. 미국 과학자들이 유럽을 의식한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유럽 과학의 승리라고 평가하기엔 두 연구소가 힉스 연구에 쓴 장비가 너무 차이 난다. 페르미연구소의 테바트론은 20여 년 전에, LHC는 2008년에 완성됐다. 규모도 검출기 성능도 최신 장비인 LHC가 당연히 우세하다. 테바트론은 양성자와 반(反)양성자를, LHC는 양성자와 양성자를 충돌시켜 힉스를 찾는다. LHC가 테바트론의 다음 세대 장비인 셈이다. 또 LHC는 유럽만의 실험이 아니라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실험이다.

힉스가 나타났어도 입자물리학이 세상을 완벽하게 설명하진 못한다. 힉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세상이 지금 같은 모습이라는 건 증명되겠지만, 도대체 세상이 왜 이런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해결되지 않는다. 힉스가 물리학을 더 깊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힉스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됐다.

정리=임소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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