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부터 요로결석 때문에 수 차례 치료를 받았던 이모(59)씨는 2007년 7월 다시 병원을 찾았다. 요로결석이 재발해서가 아니라 이번엔 딴 마음이 생겨서다. 일정한 직업이 없어 생활비가 부족했던 그는 요로결석 치료 당시 보험금으로 1,000만여원을 받았던 걸 떠올리고, 가짜 환자로 행세해 보험금을 타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선 이씨는 과거 요추간판 5급 장애 판정을 받을 때 알게 된 서울 송파구의 한 영상판독병원 전문의인 신모(46)씨에게 접근했다. 지역 유지로 행세했던 그는 신씨에게 요로결석 증상이 있는 것처럼 허위로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신씨는 20여 차례 컴퓨터를 이용해 X선 촬영 필름, 단층촬영(CT) 필름, 초음파 촬영 필름에 결석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 결석이 없을 때는 타원형 모양으로 하얗게 표시하거나, 결석 크기도 보험금을 탈 수 있는 기준(4㎜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씨는 이 영상자료를 들고, 서울 강남구와 광진구 등의 여러 시술병원을 들렀다. 어떤 병원은 '증상이 없다'며 시술을 거부했지만, 5곳은 두 말 않고 시술을 해줬다. 의사들도 결석이 없는 걸 뻔히 알았지만 초음파로 결석을 잘게 깨뜨려 소변으로 배출하게 하는 치료기법인 '체외충격파 쇄석술'을 해줬다. 이 시술은 피부를 크게 절개하지 않는 방법이라 이씨에게도 부담이 없었고 의사들은 한 번 시술할 때마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65만원의 요양급여금을 받았다.
때로는 의사 면허가 없는 간호조무사나 사무장이 시술을 하는 바람에 이씨는 2~3㎝ 크기의 혈종이 요도를 막아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시술병원에서 '요로결석 확인, 체외충격파 쇄석술 시행'이라는 보험회사 제출용 진단서를 발급해주니 개의치 않았다. 이들 병원과 짝짜꿍이 맞았던 이씨는 이때부터 지난해 4월까지 3년9개월 동안 5개 시술병원에서 무려 36차례나 체외충격파 쇄석술을 시술 받고, 보험금으로 4억2,700만원을 타냈다. 시술병원들은 요양급여금으로 1,430만원을 받았고, 허위 영상판독자료를 발급해준 신씨도 요양급여금 120만원을 챙겼다. 하지만 통상 완치 후 5년 내 재발하지 않는 요로결석으로 매달 보험금을 타가는 이씨를 수상하게 여긴 보험회사의 신고로 결국 덜미가 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억여원의 보험사기를 한 이씨와 이씨에게 20여 차례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준 영상판독 전문의 신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이씨에게 시술을 해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금을 지원받은 5개 병원 관계자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결과 이씨는 2000년 이후 국내 13개 보험사에 63개 보험 상품에 가입한 뒤 2004년까지 아내와 두 아들을 포함한 가족 4명 모두가 교통사고 등으로 장애진단을 받고 6억여원의 보험금을 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한번 시술 받을 때마다 타낸 1,000만원 안팎의 보험금으로 지금까지 생활해 온 전문 사기꾼"이라며 "병원이 부당 청구한 금액도 전액 환수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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