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후보 경선 캠프가 베일을 벗음에 따라 친박계 내부의 권력 지도 재편 기류를 감지할 수 있다. 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이 2일 경제민주화 문제와 관련, 이한구 원내대표를 원색적으로 공격하면서 친박계 내부의 갈등과 대립 구도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친박계는 최경환 의원이 이끄는 '신주류 그룹'과 김종인 전 비대위원, 유승민 의원 등이 속한 '견제∙ 구주류 그룹'으로 갈려 있다.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말 이후 힘의 균형이 최 의원 쪽으로 확 기울면서 두 그룹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 등도 신주류에 가까운 편이다.
최경환 사단 급부상
요즘 당내엔 "친박계의 모든 것은 최경환 의원으로 통한다"는 말이 회자된다. 최 의원이 큰 힘을 갖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그 만큼 많다는 뜻이다. 실제 최 의원은 박 전 위원장 경선 캠프의 사령탑 격인 총괄본부장을 맡아 박 전 위원장의 '복심'(腹心 )임을 입증했다. 최 의원에게 힘이 쏠리면서 이른바 '최경환계'로 통하는 신주류의 몸집도 부쩍 커졌다. 유정복 이학재 윤상현 이상일 의원과 이정현 최고위원, 현기환 전 의원 등이 신주류로 분류된다. 안종범 강석훈 이종훈 의원 등 박 전 위원장의 직속 정책 그룹과 박 전 위원장이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이재만 이춘상 보좌관,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도 최 의원과 가깝다. 2007년 박 전 위원장의 경선 캠프에서 실무만 맡았던 이들 보좌진의 역할이 커진 것도 친박계 권력 지형 변화의 한 특징이다. 최근 친박 진영에 합류한 황우여 대표도 신주류와 상대적으로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5월 전당대회 때는 신주류가 황 대표를 밀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진영 정책위의장은 신주류 인사들과 가깝지는 않지만, 4ㆍ11 총선 직후 친박계 복귀를 선언한 뒤 박 전 위원장의 신뢰를 회복해 신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김종인과 구주류의 견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게 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과 신주류 사이엔 냉기가 흐른다. 김 전 위원의 캠프 영입 단계에서 신주류가 강하게 견제했다는 얘기도 있다. 김 전 위원이 경선 캠프 가동 첫날인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경환 의원과 이한구 원내대표를 향해 "재벌의 이해를 대변해 왔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공격한 것을 놓고도 양 측의 권력 투쟁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 전 위원은 현재로선 친박계 내에 측근이라 할 만한 인사가 없다. 다만 유승민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 등 구주류 일부 인사들이 김 전 위원과 교감을 이루고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3일 "친박계 내에 세가 없는 김 전 위원이 신주류의 견제를 받아 친박계를 비판하며 캠프를 떠난다면 박 전 위원장에게 큰 손실이 될 것"이라며 "신주류를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김 전 위원에게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주류와 구주류는 그간 4ㆍ11 총선 공천과 당직 인선 등을 놓고 힘 겨루기를 해 왔다. 2007년 박 전 위원장의 경선 캠프에서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을 맡았던 유승민 의원은 이번 경선 캠프엔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2009년 이후 박 전 위원장과 거리를 둬 왔지만, 탈박(脫朴)을 하지는 않은 상태인 만큼 대선 본선에선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기자를 만나 "박 전 위원장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주류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김무성 전 원내대표도 대선 본선 때 박 전 위원장 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김 전 원내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당의 총선 승리에 크게 기여한 만큼 대선에서 큰 역할을 맡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립∙ 원로 그룹의 역할
반면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과 원로 그룹은 신주류와 구주류 간 갈등으로부터 한 발 물러선 채 중립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두 그룹과 거리를 둔 채 박 전 위원장과 직접 의견을 주고받는다. 김용환 최병렬 당 상임고문과 김용갑 현경대 전 의원 등 박 전 위원장의 원로 그룹은 '7인회' 공개 파문 이후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친박계 인사는 "박 전 위원장은 원로 인사들을 가끔 만나 조언을 듣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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