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신임 국회의장은 3일 정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제동이 걸린 것과 관련, "다음 정부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 처리는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는 이번 협정처럼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릴 때에는 국회와 협의하는 게 맞다"면서 "임기 내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하지만 정부의 연속성을 고려해 무리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의장은 그러면서 "한일 정보보호협정 문제가 대통령의 확답도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듯하다"며 "인천공항 매각 문제 등에 관해서도 충분한 논의와 컨센서스(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의장은 19대 국회의 지각 개원과 관련, "국회선진화법 개정 시 의원의 임기에 맞춰 자동적으로 개원하는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 충청권 출신 국회의장으로서 소감과 각오는.
"6선을 만들어준 지역 주민과 의장으로 선출해 준 의원들께 감사 드린다. 그간 충청권에는 김종필 전 총리 등 훌륭한 분이 많았지만 의장직과는 연이 안 닿았다. 또 7선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의장을 희망하지 않아 내게 기회가 왔으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서 타협과 대화의 장을 여는 데 역할을 다할 것이다."
-의장 선출 과정에서 군 출신에다 친박계 핵심 인사라는 등의 논란이 있었는데.
"그런 점 때문에 의장 선출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라는 말도 들었으나 하지 않았다. 여당에서 내정한 후보라면 지지해주는 것이 관례이고 그것이 상생이라고 믿었다. 그래도 득표율이 69% 나왔다. 예년에 비해 조금 낮은 편이지만 의장을 그만 둘 땐 96%의 지지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가까운 7인회 멤버인데.
"의장이 되면서 당적을 버렸다. 중립을 지켜야 할 의장이기에 7인회 모임에 나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선거 때 도와준 각종 친목모임과 단체 등에서도 모두 탈퇴했다. 특히 대선도 있으므로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19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민이 가장 혐오하는 게 의원들이 싸우는 모습이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싸움은 줄어들겠지만 그것만으로 국회 정상화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처음부터 여야에게 타협하거나 대화하라고 다부지게 달려들겠다."
-19대 국회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여야 충돌이 극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미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기에 의장의 직권상정은 천재지변을 제외하고는 할 수 없게 됐다. 여야의 극한 충돌은 피하게 됐지만 재적 의원 5분의 3의 동의가 없으면 법안 통과가 어렵게 되므로 역으로 아무것도 진행이 안 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를 쫓아다니며 싸움은 말리되 흥정을 붙이는 역할을 하겠다. 앉아서 여야 합의를 기다리는 의장이 아니라 여야를 적극 중재하고 설득하는, 뛰는 의장이 되겠다."
-그간 역대 의장이 국회 폭력 사태에 너무 관대했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선진화법 통과로 물리적 폭력 사태는 거의 없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불가피할 경우 엄중한 법의 잣대를 적용할 것이다. 법대로 집행하면 문제가 있을 게 없다."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국회 개혁 방안이 있다면.
"시간을 제일 안 지키는 곳이 국회이다. 상임위의 경우 30분쯤 늦는 게 보통이다. 앞으로 본회의에서는 예정 시각이 지나고 의사정족수만 채워지면 무조건 의사봉을 두드리겠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여야가 처리하기로 했는데.
"심의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위법 사항이 있다면 두 의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
-역대 의장 중 롤 모델을 꼽는다면.
"12대 국회의 이재형 의장이다. 이 의장은 당시 젊은 의원인 내게 공부를 할 수 있는 상임위를 찾아 가라고 조언했다. 그 말을 따라 6선 의원이 될 동안 보건복지위와 교육과학기술위, 국방위 3곳에만 집중했다. 나도 후배 의원들에게도 그런 식의 지도를 할 생각이다."
강 의장은 1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특유의 소탈하고 화통한 성격답게 다소 껄끄러운 질문에도 막힘 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인터뷰 말미에 충남대 총장을 지낸 선친 이야기를 꺼내자 학교에서 제공된 승용차를 가족은 전혀 이용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엄하고 강직했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강 의장은 인터뷰가 끝난 뒤 의장 취임 후 첫 점심 식사를 비서실 직원들과 함께 하기 위해 1인분에 2,800원인 국회 구내식당으로 이동했다.
정리=장재용기자 jyjang@hk.co.kr
인터뷰=염영남 정치부 차장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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