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四川)성 스팡(什邡)시의 주민 수만명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공장 건설에 반대, 시 정부 청사를 에워싸고 경찰차를 부수면서 당국과 충돌했다. 시 정부는 곧바로 투자액 104억위안(1조8,600억원)의 대규모 공사를 중단했으나 중앙정부 승인까지 이미 난 상태라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시위는 지난달 29일 상하이(上海)증시에 상장된 훙다(宏達)사가 몰리브덴구리합금공장 기공식을 가진 직후 수백명의 학생과 주민들이 도로로 나오며 촉발됐다. 1일에는 시위대가 중국 공산당 스팡시위원회와 공사 현장으로 몰려가 자정까지 집회를 가졌다. 2일 오전 다시 집결한 시위대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시 위원회와 시 청사로 진입, 청사 정문과 유리창을 부수고 시 인민대표대회장과 당 및 정부 현판들도 뜯어냈다. 10여대의 경찰 및 관용차도 부숴졌다.
시위대는 '화학공장 건설에 반대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뭉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호소문을 통해 "스팡시의 암 발생률은 이미 주변 지역보다 높다"며 "발암 물질을 배출할 합금 공장이 지어지면 그땐 반대해도 너무 늦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누리꾼이 바이두(百度), QQ 닷컴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 환경 오염 등을 우려하는 글을 올리면서 시위대가 결집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결국 이날 오후 공안과 무장 경찰들이 최루가스 등을 뿌리면서 시위 진압에 나섰다. 진압 경찰들은 트럭 10대에 나뉘어 투입됐다. 일각에선 청두(成都)에서까지 지원 병력이 왔다는 소문도 돌았다.
시위에 놀란 시 위원회와 정부는 "인민들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공장 건설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공장은 2008년 쓰촨성 대지진 후 지역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사업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가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해 8월 다롄(大連)에선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해안가에 위치한 푸자다화(福佳大化)석유화학 공장 주변 방파제가 붕괴, 화학섬유 원료인 파라크실렌(PX)의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자 시민 1만2,000여명이 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했다. 당시 다롄시도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으며 시 외곽 이전까지 약속했다. 지난해 다롄시에 이어 올해 스팡시 시위는 환경오염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이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 지 보여주는 신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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