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가 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우리나라 수출기업 215개사, 2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란 대체시장 설명회 및 상담회를 개최했다.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갈등으로 경제 봉쇄 위기에 놓여 있는 이란 대신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꾀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코트라는 이란 설명회 보도자료를 낸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부랴부랴 ‘자료 취소 및 보도자제’를 각 언론사에 요청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란과의 갈등을 더 부추길 우려 때문이라는 데,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한, 안일하고 근시안적 행태라는 지적이 높다.
한국은 이달부터 유럽연합(EU)의 대(對)이란 제재 조치로 이란산 원유수입을 중단했고, 이에 대해 아흐마드 마수미파르 주한 이란 대사가 최근 “이란도 한국산 제품 수입을 완전히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코트라 관계자는 “불안해 하는 수출기업들을 위해 설명회를 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이란시장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의미로 받아들여져 이란을 더 자극할 수 있어 보도자제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번 이란 설명회를 공동 주최한 지식경제부도 그 동안 손을 놓고 있다 이란과의 갈등이 증폭될 것을 우려해 뒤늦게 코트라 측에 자료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가능성이 올초부터 꾸준히 불거져 왔고, 주한 이란대사의 발언 역시 벌써 일주일 전의 일인데, 코트라나 정부당국이 이란을 정말 의식했다면 보도자제가 아닌 행사자체를 취소하거나 연기했어야 맞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행사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보도자료만 취소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코트라가 최근 지천명(창립 50주년)을 맞았는데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행태로 무역 2조 달러 달성에 앞장설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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