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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환경부, 다시 태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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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환경부, 다시 태어나라

입력
2012.07.0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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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 브레이크 역할을 할 부처가 고장이 났다고 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는 주요 정책 추진에서 다른 부처에 밀리는 것이 다반사다. 이제는 배짱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어느 부처냐고? 환경부이다. 오죽하면 환경부에는 '환경'이 없다고까지 할까.

이명박 정부 내 환경부에 대한 평가는 가혹할만한 수준이다. 현 정부 출범 후 환경부가 환경보전의 주무부처로서 각종 개발 사업에 대한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의 경우 외형적으로는 수질개선과 친환경적 하천 살리기를 내걸었으나, 토목사업 중심으로 진행되어 시민단체와 환경전문가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또 현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에서도 환경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 입장에서는 환경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고, 심지어는 환경부의 우군으로 여겨지던 환경단체들마저 이런 모습의 환경부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환경부 무용론까지 들고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 철저히 무시됐던 환경부의 존재감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근시안적 안목이다. 이명박 정부가 7·4·7로 지칭되는 경제성장 및 경제살리기 하나로 출범한 정부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경제성장과 개발이 국정 책임자의 주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 우리 국민과 후손들이 계속 의지해서 살아가야 할 우리의 산과 들, 강과 바다를 온전히 물려줄 책임이 있는 환경부의 역할은 철저히 무시되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환경부의 역할은 자동차의 브레이크 같은 것이다. 브레이크는 자동차를 제어하는 것이고, 그래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없는 차는 없다. 브레이크 없는 차가 달릴 수는 있겠지만, 파국은 예정되어 있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고 해서 그 브레이크를 떼다 버릴 수는 없다. 브레이크가 시원치 않을 때 가장 정상적인 대처법은 브레이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잘 고쳐서 써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환경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고 해서, 떼어 버린다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대한민국의 파국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환경부 무용론이나 해체론을 말하는 분들도 실제로 환경부를 없애자는 주장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주장을 하는 분들은 환경부를 애정을 갖고 지켜봐 온 분들일 것이며, 왜 고장 난 브레이크를 고치지 않느냐고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환경부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공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지구 온도 상승이 초래할 변화에 대한 대비도 절실하다. 또 4대강 사업으로 13억 톤의 물그릇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여기에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을 담게 하는 것도 환경부의 역할이다.

미래 주요 성장 동력의 하나인 바이오산업의 기반이 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다. 지금까지의 공기, 물, 토양의 오염관리 중심 업무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 전반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성을 높이는 정책들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우리의 후손들이 최소한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려면, 환경부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외부적인 도움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만들어진 환경정책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발전의 '발판'이 된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여러 정부 부처들 중에서 가장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펼쳐야 하는 부처 중 하나가 환경부이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환경에 부담을 주는 정책이나 사업에 대한 대가는 결국 누군가는 치르게 마련이다. 지금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좀 덜어보겠다고 자식 이름으로 빚을 내는 부모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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