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21살의 게이머"
2006년 독일의 한 유력일간지는 한국의 한 젊은 프로게이머를 상세히 소개했다. 빠른 손놀림 하나로 사이버 세계를 장악, 2억 원의 연봉과 20만 명에 달하는 팬클럽을 보유한 스타가 된 인물. '게임의 천재'라 불렸던 프로게이머 이윤열(29)이다.
그는 e-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등 '프로게이머 4대 천왕'의 막내였지만 성적이나 인기 면에서는 독보적 존재였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스타1)을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3일 고별경기를 치렀다. 이윤열은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 용산구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티빙 스타리그 2012' 8강 경기에 앞서 벌어진 '레전드 매치'에 참가, 지난 2006년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오영종과 30분간 대결을 펼쳤다.
앞서 그는 지난달 20일 소속팀(컴플렉시티 게이밍) 홈페이지를 통해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윤열은 "군 문제와 집안 사정 등으로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며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실 그는 등장부터 파격이었다. 17세였던 2000년 '고수를 이겨라'라는 프로에서 당시 '마우스 오브 조로'라는 별명으로 명성이 높던 최인규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것. e-스포츠가 막 태동하던 당시 그의 데뷔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확실히 각인시키면서, 10대 프로게이머 시대를 활짝 열었다. 10대의 우상이었던 그는 2003년 3개의 개인별 리그를 동시 석권해 골든마우스를 받았고, 역대 최다 개인리그 우승과 데뷔 최단기 한국e스포츠협회 랭킹 1위 등의 숱한 기록을 남겼다.
화려했던 선수생활이 기울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소속팀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을 선언하면서다. 그는 공군 프로게임단 입대을 포기하고 국내 e-스포츠협회와의 마찰을 감수하면서, 해외진출을 선택했다. 스타2는 국내리그가 없었기 때문. 하지만 병역 문제로 지속적인 해외선수생활이 여의치 못하게 되자 결국 은퇴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내년 현역병으로 입대할 예정이다.
아직 서른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전설'이 은퇴하게 되자, 팬들 사이에선 프로게이머들의 단명 문제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e-스포츠협회에 등록된 430여명의 선수 가운데 코치를 겸하는 임요환(33)을 빼면 20대와 10대가 대부분이다. 최근엔 유일한 여자선수로 인기를 끌었던 서지수(28)도 은퇴를 선언했다.
조기은퇴의 가장 큰 이유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프로게이머들의 고단한 삶 그 자체에 있다는 평가다. 온게임넷 관계자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10대부터 강도 은 합숙생활을 하기 때문에 10년 이상 버티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워낙 체력소모도 심하고 특히 고도의 정신집중을 요하기 때문에 쉽게 지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미래도 중요한 이유다. 한 관계자는 "프로구단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것 외에는 진로가 마땅치 않아 일찍 제 2의 인생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 이윤열
출생: 1984년 11월20일
데뷔: 2001년 Game-I 입단
종족: 테란
별명: 천재 테란, 머신, 불사조
소속팀: IS→ KT 롤스터→ 위메이드 폭스 → oGs → 컴플렉시티 게이밍
주요 경력
-2003년 온게임넷 개최 스타리그 사상 첫 3회 우승으로 '골든 마우스' 획득
-2007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머 통산 최초 공식전 300승 달성
-스타크래프트 개인리그 6회 우승(역대 최다)
-'황제' 임요환과 역대 전적 23대 22로 우세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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