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임기를 시작한 김용(53) 세계은행 총재가 취임 일성으로 한국의 성공 스토리를 앞세웠다. 세계은행에 '한국'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경제 성공은 나에게 확고부동한 낙관론을 심어준다"며 "이런 낙관론을 세계은행의 업무에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5살 때 미국에 이민 온 김 총재는 "당시 사람들이 '바스켓 케이스'라는 말처럼 한국은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라고 반문했다. 바스켓 케이스(basket case)란 1차 대전에서 부상으로 사지가 절단된 병사를 양동이에 담아 옮긴 데서 유래한 말로, 희망이 없거나 경제가 마비된 국가를 지칭한다. 김 총재는 "어떤 국가도 바스켓 케이스는 없고, 모든 국가는 (한국처럼) 성장의 길을 걸을 수 있다"며 "세계은행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바로 그것이 나의 경험이고, 내 뼛속 깊이 느끼는 것"이라는 말로 자신에게도 역경을 극복한 한국인 특유의 유전자가 있음을 내비쳤다.
김 총재의 한국 찬사는 간담회에 앞서 열린 직원들과의 대화에서도 나왔다.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한국을 예로 들며 산적한 세계은행의 난제를 풀 해법과 낙관론을 제시했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 직원들은 '우리의 꿈은 세계의 가난을 없애는 것'이란 글귀가 적힌 문을 매일 드나든다"면서 "직원들은 낙관론을 지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총재가 공개적으로 '한국'을 강조함에 따라 그가 임기 5년의 목표로 삼은 개도국 성장 지원과 빈곤 퇴치에 한국의 개발경험이 밑그림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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