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하면 고창 선운사 입구 인천강에서 잡히는 풍천장어를 으뜸으로 쳤다. 풍천장어가 흔적을 찾기도 어려워졌다. 깊은 바다에서 알을 낳는 특성 때문에 인공부화가 어려워 양식업자들은 치어(실뱀장어)를 잡아 키우는데, 몇 년 전 마리당 500원이던 가격이 최근 7,000원으로 폭등했다. 그야 말로 금값이다. 그 많던 풍천장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이뿐 아니다. 해마다 봄이면 각종 회귀성 어류들이 알을 낳기 위해 떼지어 강으로 돌아오던 광경도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KBS 1TV '환경스페셜-돌아오지 않는 강'은 회귀성 어류들이 돌아오지 않는 강의 실상을 파헤친다.
원인은 바다와 강 사이를 막아놓은 하구둑과 하천 곳곳에 설치된 수중보. 대표적인 곳이 금강이다.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홍수를 막는다는 이유로 하구둑을 세우자 엄청난 토사가 쌓여 항구는 폐쇄되고 갯벌은 죽어버렸다. 강과 단절된 바다, 돌아오지 않는 강을 만들어 낸 하구둑은 이제 인간의 삶까지 막아서고 있다.
카메라는 바닷가 하천의 한 수중보 아래를 비춘다. 깊은 산 속 계곡에서나 볼 수 있던 산천어와 버들개가 이 곳에 둥지를 틀었다. 수중보 아래 갇혔던 물이 샘물처럼 솟아나는 곳을 새 집으로 삼은 것이다. 인간이 설치한 수중보는 베스나 블루길처럼 환경을 교란시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하구둑과 수중보가 없는 섬진강은 어떤 모습일까. 바닷물과 강물이 자유롭게 들고 나는 섬진강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물에서 사는 벚굴이 자라고 있고, 수많은 황어들이 알을 낳는다. 개발과 보존이 가른 극명한 차이가 카메라 앞에서 낱낱이 드러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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