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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인천국제공항 매각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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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인천국제공항 매각 재추진

입력
2012.07.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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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18대 국회에서 무산됐던 인천공항 정부 지분 49% 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최근 내놓자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인천공항의'허브화'를 도모하고 추가 시설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지분매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인천공항 매각 같은 핫이슈는 다음 정부에서 논의하는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상태여서 기재부가 계속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리는 분위기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공항업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공항 정부 지분 매각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식된 인천공항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배 구조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정부의 구상을 보면 민영화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어장치나 대안 마련이 전무하다"며 "민영화 이후에도 독점구조가 변하지 않고, 이로 인한 각종 비용 및 수수료 상승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 찬성/ "지분매각 최대 49%… 공기업 위상 안변해… 항공업계 재편 경쟁 속 새도약 위해 필요"

우량 공기업을 내다 판다는데 누가 찬성하겠는가. 서비스 세계1위인 대한민국의 관문공항을 매각한다니. 필자도 물론 반대다. 그런데 인천공항을 둘러싼 이번 논쟁을 접하면서 문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광우병공포가 몰고 왔던 촛불시위가 떠오른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정부가 국가정책의 당위성만 믿고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하면서 지불했던 사회적 비용이 이번에도 반복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물론 인천공항의 지분매각은 그 표현만으로 본다면, 오해를 살만 하다. 소유권을 매각한다니 마치 주인이 바뀌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정부는 처음부터 이 정책의 표현에 신중하지 못했다. 18대 국회 당시에도 선진경영기법의 도입만을 강조하고 외국공항의 예를 들면서 논쟁과 의혹을 촉발했다. 인천공항의 운영시스템은 서비스와 함께 세계 최고수준인데 선진경영이 필요하다니. 더구나 시드니공항은 맥쿼리자본이 인수하면서 민영화의 부작용이 큰 공항이다. 처음부터 정부는 정책의 취지를 설명하는 준비를 제대로 못했던 것이다.

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인천공항의 지분 15%를 1단계로 주식시장에 상장해 투자재원을 조달하는 계획이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49%를 상장하고, 51%의 절대지분은 정부가 보유함으로써 공기업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주식의 상장을 위해서는 기업공개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때부터는 경영상의 주요사항들은 의무적으로 일반에 공시된다. 사랑 받는 국민의 기업으로서 회계투명성과 투자자들의 감시기능 확보 역시 기대되는 순기능이다. 외국인과 항공사의 투자한도를 각각 30%와 5%로 규제하고 있어서 외국자본이나 대기업 지배가능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인천공항은 1999년 공사설립 당시부터 단계적 민영화 계획을 수립했다. 2002년과 2007년에 1단계 민영화를 검토했으나 열악한 재무구조와 예상 공모가격의 미달 등으로 유보됐다.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인천공항의 부분민영화.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에 실패하고 있는 기업공개정책이 야기하고 있는 몇 가지 오해들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우선 흑자기업의 지분을 왜 파는가에 대한 우려. 우량기업이라야 주주들이 참여하고 기업공개가 성공한다. 부실한 경우라면, 헐값으로 주식이 매각되고 투자자들에게 짐이 넘겨진다. 둘째, 외국의 투기자본 참여와 국부 유출가능성이다. 이는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과소평가다.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율은 모두 50%에 근접해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글로벌기업이다. 인천공항의 지분매각이 완료된다고 해도 외국인지분율 제한이라는 안전장치도 있다. 공항이용료의 인상가능성은 전혀 불가능하다. 공기업의 가격정책은 정부가 결정한다. 49% 지분이 매각된 한전의 전기료는 지난 20여 년간 정부가 결정하고 있다. 역시 39% 지분이 매각된 한국가스공사의 도시가스요금도 정부가 결정한다. 흔히 호주의 시드니공항과 영국의 히드로 공항의 이용료인상을 예로 들지만, 이는 공항의 운영권과 지분을 공항사업자에게 완전 매각한 경우다. 세계 50대 공항 가운데 인천공항을 제외하고도 35개 공항들이 이미 민영화되었거나 지분매각이 진행 중이다. 인천공항과 경쟁상대인 중국의 베이징공항과 상하이공항은 공항을 확장하면서 외국자본을 포함 각각 43%와 47%의 민간자본을 참여시켰다.

세계 공항업계는 지금 빠르게 재편 중이다.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하던 그 해 프랑크푸르트공항은 프라포트 공항그룹을 설립, 세계적으로 8개의 공항에 투자하면서 해외사업을 5배 이상 확장시켰다. 생존을 위한 전략적 제휴와 그룹화가 부단히 모색되는 곳이 지금의 공항업계다.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듬뿍 담은 인천국제공항.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때다. 제3단계 확장을 위한 자본조달과 함께 글로벌공항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서둘러야 한다. 기업공개는 그래서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사활을 건 동북아 허브경쟁은 우리 공항들의 위상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지금의 서비스 1위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 공항업계의 새로운 조류를 제대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

■ 반대/ "단 1%만 민영화해도 요금규제 등 애로… 허브공항 육성은 현재 수익금으로 충분"

인천공항 민영화가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정부가 인천공항 민영화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이후, 시민단체와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까지 반대에 나서고 있다. 임기말, 논란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정부가 다시 강행의지를 밝힌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들은 타당성이나 합리성이 부족하다. 먼저, 경영효율화를 통해 아시아 허브공항으로 육성하고, 이를 위해 지분매각을 통한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허브공항이 되기 위한 운항 노선수와 환승률 제고는 전문항공운영사의 경영노하우만으로 달성될 수가 없으며, 지리적인 위치, 한 국가의 무역과 관광 등 산업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가 함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세계적인 공항들과의 전략적 제휴만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또한 전략적 제휴라는 것이 지분매각 방식으로만 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MOU체결을 비롯해 다양한 제휴방법이 있음에도 지분매각을 고수하는 정부의 진짜 의도를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민영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민영화 추진 방식과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수이지만, 정부는 이 같은 구체적인 논의 없이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민영화를 강행하고 있다.

둘째, 균형재정 달성 및 공항주변 인프라 투자를 위해 지분매각 자금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가 균형재정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4대강 사업 등 무리한 정책사업 추진으로 인한 것인데, 알짜 공기업인 인천공항 매각으로 이를 충당해야 할 근거가 없다. 오히려 공항 인프라 투자 또한 8년째 흑자를 내고 있는 인천공항의 수익금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정말 투자자금이 부족하다면 채권발행 등 지분매각이 아닌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즉, 지분매각 방식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다른 방법에 대한 충분한 고민없이 일방적으로 민영화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 의혹어린 시선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49%만 매각하기 때문에 공항경영권이 외국자본에게 넘어갈 우려가 없고, 민영화 이후 이용요금 등의 인상을 막기 위해 별도의 규제를 하겠다는 입장이나 이 역시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는 49% 매각이냐 15% 매각이냐의 지분매각 범위의 문제가 아니다. 단 1%라도 민영화가 이루어진다면, 올해 한미FTA가 발효되면서 계속 우려해왔던 ISD조항으로 인해 민영화 이후 요금규제 등 정부가 인천공항의 경영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원천봉쇄 된다. 따라서 민영화 이전에 구체적인 방어장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에 대한 반대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인천공항 지분을 인수하려는 민간자본의 탐욕스러움이다. 민간자본, 특히 금융자본에게 지분이 인수될 경우 이들이 과연 인천공항의 경영효율화나 장기적인 허브공항 육성에 목표를 둘지 단기적인 수익극대화에 목표를 둘지는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향후 인천공항의 수익이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고액 배당 등을 통해 인수한 민간자본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다. 여기에 현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10조원에 달하는 유보지의 시세평가차익 등 인천공항의 향후 이익이 국민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민간자본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경실련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와 국민 상당수는 인천공항 민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를 속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각종 의문과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당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정부의 민영화 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 만약 이 정부가 임기 내에 민영화 추진을 강행한다면, 국민적 반발과 저항에 부딪힐 것이며,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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