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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안 부럽다" 수유시장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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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안 부럽다" 수유시장의 변신

입력
2012.07.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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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한창이었던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마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천장으로부터 미세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실제 주변 온도도 1,2도 가량 낮춰주고 있었다.

수유마을시장이 전국 전통시장 처음으로 갖춘 안개분무시스템이다. 대형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나름 '현대적 시설'이다. 시장 길을 따라 청과, 야채, 수산물에 시원한 안개가 분무되면서 상품의 선도까지 유지됐다. 부산 새벽시장과 전북 정읍시장 관계자들도 이 시설을 견학해갔다. 수산물 점포인 성호상회를 23년째 운영하는 서치덕(52)씨는 "분무시스템을 설치하니 확실히 시원하고 좋다"며 "시장을 현대화하면서 젊은 소비자들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1966년 문을 연 수유마을시장은 ▦공산품을 취급하는 건물형 수유시장과 ▦수유전통시장 ▦수유재래시장 등 3개 시장이 결합한, 500여개의 점포가 모여있는 곳이다. 4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지만 꾸준히 시설현대화는 물론 다양한 문화사업까지 도입하면서 차별화한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시장의 최대 강점은 역시 현대화한 시설. 우선 각 점포마다 돌출형 간판을 달아 눈에 확 들어온다. 간판 사이에는 '동물을 사랑하라(Love Animal)'라는 글과 다양한 동물이 그려진 깃발이 걸려있다. 체험학습으로 시장을 찾는 유치원, 초등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수유전통시장 사거리에 있는 LED조명 간판에는 자체 제작한 100여개의 점포 광고와 함께 뉴스 날씨 등 정보가 흘러나온다.

수유시장 건물 2층에는 특이하게도 기업형수퍼마켓(SSM)인 롯데슈퍼가 입점해있다. 시장 상인들이 직접 수퍼마켓을 운영했으나,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자 '적과의 동침'결단을 내린 것이다. 2007년부터 문을 연 롯데슈퍼는 주로 생활용품 등 공산품과 소포장 고급 생식품 등 기존 전통시장이 취약한 제품들을 주로 취급하면서 젊은 주부들까지 시장을 찾아오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 시장상인은 "(슈퍼마켓이 손님을 빼앗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원스톱 쇼핑을 가능하게 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유마을시장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백화점 문화센터 못지 않은 공간을 마련한 것. 4월부터 시장 내 도서관과 다락방에선 전통 춤 배우기와 그림책 만들기, 자서전쓰기, 방송댄스 등의 과정이 열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대기업 상품기획자(MD)들로 구성한 경영자문단도 매주 수요일 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대상으로 매장관리, 상품 선정 등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깨끗한 시설 이외에 고객들을 사로 잡기 위해 주력하는 것은 바로 IT. 수유마을시장은 홈페이지와 블로그,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적극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수유마을시장은 포털 사이트 '다음'과 함께 전통시장으론 '스토어뷰'도 추진중이다. 이는 매장 내부를 360도로 촬영한 사진을 통해 가상방문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로 현재 백화점이나 고급 레스토랑들이 주로 활용하고 있다.

최진호 수유전통시장 전무는 "수유골목시장 점포와 거리 곳곳을 카메라로 촬영해 10월부터는 안방에서도 시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전통시장이 살아남는 길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뿐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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