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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서 잠자는 정장을 청년 구직자에" 박금례씨 등 6명 열린 옷장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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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서 잠자는 정장을 청년 구직자에" 박금례씨 등 6명 열린 옷장 프로젝트

입력
2012.07.0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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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에서 서울에 혼자 올라와 대학을 다녔어요. 졸업할 때가 돼 수십 군데 면접을 봐야 했는데 형편이 넉넉지 않아 면접용 정장을 사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인생이 달린 면접인데 아무거나 살 수는 없었고요."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 책임연구원 박금례(33)씨는 신입사원들을 볼 때면 8년 전 자신이 취직을 위해 면접 정장을 사러 다닐 때 겪었던 고충이 떠오르곤 했다.

실제로 청년 구직자들에게 면접용 정장 구매는 큰 고민거리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5월 말 신입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면접 정장 등 복장을 사는 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이 91.9%나 됐다. 박씨가 지난해 말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한 소셜디자이너스쿨에서 만난 카피라이터 김소령(42)씨, 회사원 한만일(32)씨와 함께 '열린 옷장 프로젝트'를 하기로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안 입는 정장을 후배들에게 빌려주고 제 면접 경험도 들려주고, 제 옷장을 열어 정장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열린옷장은 사회 선배들에게 정장을 기증받아 면접을 앞둔 청년구직자에게 공짜로 대여해 주는 서비스로, 5명의 팀원들은 박씨와 뜻을 같이하겠다며 모였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학동역 인근 한 건물 2층. 기증 받은 정장들을 보관하고 있는 사무실에 모인 팀원들은 다음날 오픈을 앞둔 열린옷장 공식 홈페이지에 올릴 정장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기증 받은 옷을 색상ㆍ치수 별로 기록해 인터넷에 올려야 하는 일에 손이 많이 갔다. 한만일씨는 "절반 정도 사진촬영을 마쳤다"며 "공식 오픈 전까지 쉴 틈 없이 바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어서 열린옷장을 기획하고 추진하는데 힘이 들었다. 한씨는 "정장을 기증하는 사람은 선의의 마음으로 실행하는 것이지만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정장을 빌리는 구직자에게까지 선의로 대여를 강요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은 온ㆍ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홍보에 나섰다. 1월부터 열린옷장이라는 이름의 계정으로 트위터 아이디(@openclosetnet)를 만들고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정장을 공유하자고 사람들을 설득해 왔다. 마라톤이 취미인 한씨는 각종 마라톤 대회에 나가 열린옷장 로고가 프린트된 옷을 입고 참여해 시민들에게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반신반의 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면접을 보기 전 무뚝뚝하기만 하셨던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선물해 주신 것"이라며 "좋은 곳에 쓰고 싶다"고 밝힌 1호 기증자부터 정장 2벌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임동준 탐스 슈즈 이사까지, 올 1월부터 지금까지 80여벌의 정장을 기증받았다. 또 정장과 함께 입을 넥타이도 40여 개를 받은 상태다.

박씨는 "서로의 옷장을 열어둔 상태에서 정장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 옷을 서로 공유해서 의미 있게 입는다면 조금이나마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열린옷장은 6개월간의 기증 과정을 거쳐 2일 열린옷장 홈페이지(www.theopencloset.net)을 열고 본격적인 나눔 행사를 시작했다. 정장이 필요한 사람은 이 홈페이지를 찾아 자신의 신체 치수에 맞는 정장을 사진으로 고르고 '정장대여하기'를 클릭하면 자신의 집에서 택배를 통해 정장을 받아 볼 수 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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