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부설기관 국제경영원(IMI)이 올 여름 아주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제19대 국회의원들의 대학생 자녀만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캠프를 마련한 것이다. 오는 6일부터 4박5일간 진행될 이 캠프는 시장경제 강좌와 포스코 광양제철소 시찰, 여수세계박람회 견학 등으로 짜여 있다.
국회의원도 아니고, 국회의원 자녀들을 위한 여름캠프라.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다면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야지, 그 자녀들을 공짜 캠프에 보내주려는 건 대체 무슨 발상인지. 구시대적인 자녀로비나 아부도 아니고, 정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당장 시민단체(경실련)에선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무마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앞에서 정치권과 '맞짱'이라도 뜰 것처럼 경제민주화를 거세게 비판하다가 뒤로는 그 아들딸을 공짜 캠프에 보내주는 게 대체 말이나 되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전경련측은 민감한 시기에서 비롯된 오해일 뿐, 로비와는 무관하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 자녀 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대학생이 참여해 온 여러 캠프를 그 동안 운영해 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정말로 대학생들에게 시장경제의 장점을 보여주고 싶거든, 경쟁력 있는 차세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싶거든, 국회의원 자녀가 아니라 소외계층 대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여는 게 마땅하다. 자본주의의 장점을 가르치려면 소년소녀 가장 출신이거나, 농어촌 출신이거나, 시급 몇 천원의 '알바'로 살아가야 하는, 경쟁만능의 시장 경제에 실망과 혐오를 느끼고 있을 만한 젊은 이들에게 먼저 가르쳐야지, 기존 체제의 수혜자인 국회의원 자녀들부터 교육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것인지.
전경련이 욕을 먹는 건 이런 부분 때문이다. '국회의원 자녀를 위한 무료캠프'에서 느껴지는 기득권 수호적인 이미지. 소외계층은 외면하고 힘있는 쪽을 먼저 배려하는 듯한 행태들. 사회 통합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사회적 위화감만 조성하고 있으니까,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는 것이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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