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사연 많은 이야기를 다룬 멋진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요. 뒤늦게 대학에 다시 들어가 공부를 할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됐으나 오히려 유명 가수였을 때 보다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강원래(43)가 만학도가 됐다. 강원래는 2학기부터 사이버대인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2학년에 편입하는 것이다. 그는 1988년 강릉대 산업공예학과에 들어가 2년간 다니다가 중퇴했었다. 90년 가수 현진영과 함께 ‘와와’라는 댄서팀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학업과 멀어졌던 탓이다. 그러던 강씨가 24년만에 다시 공부에 뜻을 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2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한 그의 목소리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했다. “뮤지컬을 꼭 완성해 보고 싶어요. 음악과 춤을 비롯해 스토리와 무대 구성 등 모든 것들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제 얘기나 저와 같은 장애인들을 위한 색다른 뮤지컬을 만들고 낼 겁니다.”
강원래는 90년대 대중음악계에서 최고의 안무가로 불리며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구준엽과 함께 댄스 듀오 ‘클론’으로 가수로 데뷔해 ‘꿍따리 샤바라’, ‘초련’, ‘도시탈출’ 등 히트곡을 연이어 내놓았고, 홍콩 타이완 등에도 진출함으로써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런 그에게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쳤다. 2000년 오토바이 사고로 척추손상마비의 장애를 입고 인생의 일대 고비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장애를 차근차근 극복해나갔다.
가수와 방송 활동을 하는 틈틈이 ‘현역 최고의 안무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여전히 자신의 전공인 춤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어르신들을 위한 ‘재능기부’에도 열성이다. 서울 중계동에 있는 청암예술학교에서 ‘춤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학교는 평균 나이 55세의 만학도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청암예술학교에선 38년생 할머니도 춤이나 노래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의 사용법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이들의 도전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고, 이게 학업에 대한 꿈을 다시 꾸게 만들었다”고 했다.
강원래는 지난해 자신이 이끄는 장애예술인 공연단 ‘꿍따리 유랑단’을 다룬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와 뮤지컬 연출에 뜻을 품게 된 순간이었다. 이 영화 출연 후 휠체어를 타고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물색했지만 쉽지 않았다. 사이버대를 택한 건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학교 측은 이런 그의 의지를 높이 사 대학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활력을 찾게 되어서 너무 신나요. 공부하면서 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져 볼 작정입니다. 또 저처럼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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