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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기료 인상, 법령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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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기료 인상, 법령을 따라야 한다

입력
2012.07.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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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전 사이에서 전기료 인상률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이나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염려해 소폭의 인상을 희망하고 있다. 반면 한전은 그동안 원가에 미달하는 전기료를 유지함으로 인해 발생한 누적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젠 왜곡된 전기료를 현실화할 때가 됐다고 한다.

정부나 한전의 고민은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상장회사인 한전의 소액주주들은 정부의 요금통제로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를 판매해 한전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7조원대의 소송을, 그리고 종전에 근무한 한전 사장을 상대로 1,4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한전 어느 한쪽이 선뜻 부담을 안겠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료 인상에 관한 문제가 어느 쪽으로든 결정이 되어야 한다면, 그 결정은 법이 정하고 있는 원칙에 따라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법은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료 인상과 관련해 법령에서는 어떻게 규율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전기사업법 제16조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전기료 인상은 한전의 전기료 인상안 인가신청에 대해 지식경제부장관이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하고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토록 되어 있다.

먼저, 인가권이 정부에 있으므로 한전이 신청한 전기료 인상률 13.1%에 대해 정부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한 자리수로 결정할 법적인 권한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가의 법적 성질이나 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상 정부는 이런 결정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인가는 항상 신청에 의해 행해지므로 행정청은 그 인가여부만을 소극적으로 결정하는 데 그치고, 행정청이 그 법률행위의 내용을 수정해 인가하려는 경우엔 법률의 명시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전기료 인상에 관한 정부의 인가권을 규정한 법률엔 수정 인가를 허용하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한전에 대해 특정한 전기료를 적용하도록 지시하거나, 한전이 신청한 전기료 인상안에 대해 수정 인가를 할 법적 권한이 없다.

다음, 인가의 기준은 무엇일까.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7조에서는 전기료가 적정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한 것이고, 공급 종류별 또는 전압별로 구분해 규정하고 있으면 인가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한전의 전기료 인가신청에 대해 그 신청이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으로 결정됐으면 인가를 해줘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적시해 반려해야 한다. 즉, 한전이 신청한 전기료 인상률 13.1%가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면 어떤 부분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해 시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전이 정부에게 전기료 인상을 신청할 때는 어떤 기준에 의해 인상률을 산정하는 것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법령상의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기료는 전기공급에 소요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으로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지식경제부 고시인 '전기료 산정기준' 제12조에 따라 한전은 매 회계연도 종료 후 재무제표, 제조원가명세서 등 회계자료를 지경부와 기재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그 자료를 토대로 전기료 산정을 위한 원가 검증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전기료 인상률 13.1%는 이미 한전과 정부가 공동으로 원가 검증을 실시한 것이어서 정부가 새삼스럽게 문제점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전의 전기료 인가신청에 대해 정부는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그 잘못을 지적해 시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신청된 내용대로 인가 승인을 해야 한다. 한전과 정부가 부담스러운 결정을 앞에 놓고 서로 상대방에게 공을 떠 넘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으나, 지금은 정부가 공을 쳐야 하는 순서가 됐다.

이근동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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