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기존 로터리(교통서클) 문제점을 보완하고, 그 장점을 살린 ‘회전교차로(Roundabout)’의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종로소방서 앞을 포함 서울시내 10곳에 회전교차로를 시범 설치한 데 이어 연말까지 추가로 20곳과 2014년까지 50곳에 회전교차로를 추가로 설치키로 했다고 2일 밝혔다. 회전교차로는 1929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교통신호 없이 차량이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원형섬을 중심으로 돌아 나가는 방식이다. 이는 회전 중이라도 교통 신호를 받은 진입 차량에게 양보를 해야 하는 로터리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때문에 불필요한 신호 대기 없이 차량들의 운행이 가능하고 차량들의 감속 등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어 미국과 유럽 국가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연말까지 설치할 20곳의 회전교차로 지점을 확정해 현재 실시 설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확정한 회전교차로 설치 지점은 광화문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뒤편인 종로구 대명빌딩 앞을 비롯 중구 덕수초등학교 앞과 마포구 월드컵 7단지 상암동 교회와 상암고교 앞, 은평구 은평문화회관 앞, 광진구 동의초교 교차로, 관악구 신림동 봉림교 삼거리와 봉천동 인헌아파트 삼거리 등 20곳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회전 교차로는 교통 정체를 없애고 대형 교통사고 발생 비율을 낮추는 것이 장점”이라며 “실시 설계가 끝나면 주민 공청회 등의 여론의견 수렴을 거쳐 연내 대상 지역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런 방침은 정부 정책과도 일치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에 따라 정부는 지방자치 단체가 회전교차로를 설치할 경우 예산의 50%를 현재 지원하고 있다.
회전교차로가 교통흐름을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만든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도 제시됐다.
장일준 가천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연구논문‘회전교차로 사업의 추진성과와 향후 방향’에서 “회전 교차로 설치 후 자동차 한 대 당 대기 시간이 94.4%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국 6개 시ㆍ도의 회전교차로 20개의 교통 흐름을 측정한 장 교수의 연구 결과, 일반 신호등이 있을 경우 평균 대기 시간은 23.23초였으나, 회전교차로 설치후에는 1.304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연구원 이동민 연구위원은“불필요하게 설치된 신호등은 차량 운전자에게 신호 위반을 유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로 인한 교통 정체 문제를 해결하고 양보를 기반으로 한 교통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회전교차로 도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전교차로 설치에 따른 접촉 사고 증가 등 부작용과 시민 인식 부족 등으로 지역민원 발생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5월 영등포구 문래 1동 래미안 아파트 앞 회전교차로 설치를 위해 연 설명회에서 주민들은 접촉사고 발생 가능성 등을 이유로 설치를 반대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회사원 이동현(33)씨는 “양보를 기반으로 하는 회전 교차로가 과연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전교차로 설치에 앞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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