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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머나먼 팀북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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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머나먼 팀북투

입력
2012.07.0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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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프리카 말리의 유서 깊은 도시 팀북투에서 벌어진 사건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3월 군부 쿠데타 이후 내전 상태인 이 나라의 북부를 장악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안사르 딘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슬람 성인들의 영묘를 파괴한 것이다.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우상 숭배라는 게 이유다. 16세기 대학자 시디 마무드를 비롯해 시디 목타르, 알파 모야의 영묘를 비롯해 최소 10기의 영묘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파괴됐다. 유네스코가 즉각 규탄 성명을 내고, 국제전범재판소가 이 사건을 전쟁범죄로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규탄이 쏟아지고 있지만, 안사르 딘은 팀북투의 모든 영묘(총 16기)를 부숴버리겠다고 공언했다. 파괴가 있기 며칠 전 유네스코가 이 유적들을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린 것이 오히려 안사르 딘을 자극했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2001년 저지른 바미얀 석불 폭파를 연상시키는 이 사건으로, 말리는 뉴스의 초점이 됐다. 하지만 우리에게 말리는 낯선 나라다. 말리가 어디에 있지? 그런 나라도 있나? 거기에 그렇게 훌륭한 문화유산이 있었나? 많은 이들이 그렇게 물었다. 그곳에 거대한 제국과 앞선 문명이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유럽의 침략을 받기 전, 지금의 말리가 있는 서부 아프리카는 가나 왕국(9~13세기), 말리 제국(13~14세기), 송가이 제국(15~17세기)이 차례로 들어섰던 곳이다. 아프리카인들이 아프리카의 위대한 제국으로 기억하는 이 나라들은 사하라를 종단하는 교역으로 번성했다.아프리카 북부의 소금과 사하라 이남의 황금이 이 길로 오갔다. 말리제국이 최전성기였던 14세기 중반, 제국의 영토는 대서양 연안에서 지금의 나이지리아 국경까지 뻗어 아시아의 몽골 제국 이래 최대였다. 당시 말리를 통치한 술탄 만사 무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왕으로, 팀북투는 황금의 도시로 유럽에 알려졌다. 만사 무사는 1324년 6만명의 수행원을 거느리고 메카 순례를 떠났는데, 얼마나 많은 황금을 갖고 갔는지 이집트 카이로의 금값이 12년 동안 하락했다고 한다.

아랍인을 통해 만사 무사의 소문을 들은 당시 유럽인들에게 팀북투는 사막의 엘도라도, 전설의 도시가 됐다. 15세기 들어 포르투갈 탐험가와 네덜란드 상인이 팀북투에 가서 가져온 소식은 유럽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들은 팀북투가 베네치아에 맞먹는 교역의 도시이자 학교와 사원이 즐비하고 학자를 최고로 대우하는 학문의 도시라고 했다. '레오 아프리카누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16세기 무어인 외교관 알와잔이 1550년 베네치아에서 출판한 가 당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럽인들은 팀북투의 영광에 더욱 매혹됐다.

팀북투는 14, 15세기 아프리카 지성의 메카이자 문화와 경제의 중심이었다. "금은 남쪽에서 나고 소금은 북쪽에서 나고 진정한 지식은 팀북투에서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학자와 학생 수만 명이 이 도시에서 코란, 수학, 과학, 의학, 수사학, 논리학, 천문학 등을 공부했고, 낙타 가죽에 쓴 책 70만권이 60여 개 도서관이 여기에 있다. 팀북투는 16세기 모로코의 침입을 받으면서 쇠락해 지금은 작은 지방 도시에 불과하지만, 이 곳의 문화유산은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하지만, 말리를 포함해 아프리카의 역사를 우리는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교과서에 거의 나오지 않고 그나마 틀린 내용이 많다. 기아와 질병, 내전과 가난에 시달리는 검은 대륙, TV 다큐멘터리로 많이 봐온 '동물의 왕국' 정도가 아프리카에 대한 평균적 인식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코미디 소재인 '미개한' 아프리카와 국제구호단체 포스터에 등장하는 '불쌍한' 아프리카다. 그들의 진짜 역사와 자부심을 알고 존중하는 일은 아프리카와 한국의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들여다 볼 일이다.

오미환 문화부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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