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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기업들 "불황일 때 알짜기업 사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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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기업들 "불황일 때 알짜기업 사들이자"

입력
2012.07.0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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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을 중국과 일본기업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유럽재정위기로 좋은 매물들이 헐값에 쏟아져 나오자, 돈이 넘쳐나는 중국과 엔고 덕에 구매력이 커진 일본이 기업쇼핑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M&A흐름에 너무 뒤쳐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M&A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5,740억달러(약 658조원)에 그쳤다. 분기별로는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 세계 경제위기로 기업매물들은 나오고 있지만, 사겠다는 기업들이 별로 없어 M&A시장도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기업들은 다르다. 오히려 공격적 기업쇼핑으로, ‘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특히 ‘차이나 머니’가 넘쳐나는 중국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주 타깃은 역시 유럽기업들이다. 중국 식품업체 광밍식품은 지난 5월 시리얼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세계적 식품회사 위타빅스를 12억파운드(2조1,700억원)에 사들였다. 앞서 2월엔 싼이중공업이 세계 레미콘 시장 점유율 1위인 독일의 장비제조업체 프츠마이스터를 5억7,000만 유로(8,260억원)에 인수했다.

사실 유럽 기업이 중국의 먹잇감이 된 것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른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로 대표되는 재정위기기국은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재정 확충의 재원으로 삼았는데, 중국은 이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실제로 중국은 국부펀드가 나서,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와 포르투갈 전력회사 REN 같은 민영화되는 기간산업까지 사들이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기업들은 유럽 재정위기를 선진국의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 숙련된 제조 방식을 습득할 호기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해외 M&A 규모는 214억달러. 이 가운데 유럽 비중은 전체의 16%로 남미(43%)에 못 미쳤으나, 자원이외 부문의 M&A에선 83%가 유럽기업들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광업, 에너지 등 전통적 분야는 물론, 정보기술(IT), 패션 등으로 중국의 대 유럽 투자가 다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역시 해외에서 왕성학 식욕을 과시하고 있는데, 그 힘은 엔고에서 나온다. 일본정부는 엔고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를 만회하기 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기업 인수를 적극 지원했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이 1,0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장기 저리로 자금을 융자한 것이나,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M&A 대상 기업의 현지조사를 대행하는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극심한 장기불황에도 불구, 일본기업들은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 상장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은 무려 60조엔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화가치가 상승한 만큼 해외구매력이 커졌기 때문에, 이 현금을 실탄 삼아 해외M&A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687억달러. 전년 대비 79.6%나 폭증했다. 전 세계 M&A 규모가 16%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M&A전략이 얼마나 공격적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일본 5대 종합상사 가운데 하나인 마루베니가 지난 5월 미국의 곡물 유통업체 가빌론을 56억달러에 인수키로 한 것을 비롯해 ▦재팬타바코의 벨기에 담배회사 그리슨 NV 인수(6억달러) ▦다케다제약의 브라질의 제약업체 인수(2억4,600만달러) 등 내수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도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이 신흥국 제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것. 일본 내 생산거점을 뒀던 미쓰이금속과 반도체 업체 NOK는 각각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으로 시설을 옮겼고, 선점효과를 노린 자동차 업체들의 현지 진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지호 포스코경영연구소 초빙연구원은 “지난해 3월 대지진의 여파로 전력수급 불안이 대두되면서 일본 기업들은 부품 공급망을 분산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계 M&A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의 득세는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다. 특히 투자 대상이 겹치는 신흥시장에서 중ㆍ일이 한 발 앞서나간 것이 뼈아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56억달러로 양적으론 크게 늘었지만, M&A형 투자는 58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부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이후를 생각한다면 국내기업들도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해외M&A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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