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 방송사 시험을 쳤다. 22번이나 떨어졌다. 그러다 우연히 홈쇼핑에서 쇼핑호스트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서를 냈는데, 덜컥 합격했다. 그때가 1995년. 쇼핑호스트라는 말조차 생경하던 시기였다. 18년이 지난 오늘 그는 '소비자가 가장 신뢰하는 쇼핑호스트'라 불린다. EBS '직업의 세계-일인자'에선 국내 홈쇼핑 18년 역사를 함께 해온 쇼핑호스트 1세대 유난희(사진)씨를 만나본다.
유씨가 카메라 앞에 서는 날이면 홈쇼핑 매출이 급증한다. 한 시간 평균 매출액은 5억원. 1분에 500만원 이상 판매한다는 얘기다. 많게는 한 시간에 무려 8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18년째 최고의 쇼핑호스트 자리를 놓치지 않는 비결은 무얼까.
유씨는 소비자의 신뢰라고 말한다. 그는 제품을 판매하기 전에 항상 상품을 써보고, 사용하면서 느낀 여러 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린다. 한번 팔고 마는 장사꾼이 아니라 소비자가 마음에 차는 선택을 하도록 돕는 '쇼핑길라잡이'라고 자신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씨는 그렇게 한 발자국씩 믿음을 쌓았고, 그 믿음이 오늘날의 유씨를 만들었다. 동료인 홈쇼핑 PD와 MD 역시 유씨를 가장 신뢰하는 쇼핑호스트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최고'라는 수식어에 도취되지 않고 언제나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후배 쇼핑호스트에겐 역할모델이자 교과서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마음만은 20대와 같다는 유씨. 22번이나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했던 열정을 가슴에 품고 그는 오늘도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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